ADVERTISEMENT

조합장 투표 행렬에 트럭 덮쳐…4명 숨지고 16명 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8일 오전 전북 순창군 구림면 농협 주차장에서 소방대원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전북 순창군 구림면 농협 주차장에서 소방대원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순창군에서 트럭 한 대가 농협 조합장 선거 투표를 기다리던 조합원 수십 명을 덮쳐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경찰은 70대인 운전자가 페달 조작을 잘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순창군 구림면 구림농협 주차장에서 A씨(74)가 몰던 1t 트럭이 20명을 들이받았다. 구림농협에선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위해 조합원들이 줄을 서서 투표하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20명이 다쳤고, 이 중 70대 남성 2명과 80대 여성 1명 등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치료를 받던 70대 여성 1명은 8일 오후 사망했다. 현재까지 소방당국이 확인한 피해자는 사망 4명, 중상 4명, 경상 12명이다.

사고 현장에 현장 대응단 45명과 구급차 15대를 보낸 소방당국은 오전 10시47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환자를 순창보건의료원·전남대병원·전주병원으로 옮겼다. 조석범 순창보건의료원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을 통해 “부상자 대부분이 고령이라 중상자가 많이 발생했고, 사망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경찰에 “‘악’ 비명이 나 둘러보니 수십 명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농협 조합장 선거 관련 투표 인파가 운집한 상태에서 트럭이 돌진해 피해가 컸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일각에선 “사고가 조합장 선거와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구림농협 조합원인 A씨는 농협 공판장 내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구입한 가축 사룟값을 내기 위해 트럭을 몰고 이동하다 이런 사고를 냈다.

A씨는 경찰에 “투표장 앞 많은 인파를 보고 속도를 줄이려고 브레이크인 줄 알고 밟았는데,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았다”고 말했다. 황금석 순창경찰서 교통조사팀장은 “음주·약물 검사 결과 음성이었고, 운전면허도 유효한 상태”라며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애도문을 통해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며 “선관위는 관계기관과 함께 수습에 힘쓰겠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