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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하명수사, 이때 尹과 신뢰 쌓았다...김기현 "이재명 당장 만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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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4선·울산 남을)가 8일 취임 일성으로 “당장 내일이라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52.93%의 압도적 지지율도 당선된 직후 취재진과 “여야 협치 속에서 국민 민생을 살리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가 소수당이라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국민께 우리 당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와 정책적 방향성을 지속해서 던지고, 현장에서 실천하며 (국민 여론의) 힘을 바탕으로 대야 관계에서 주도권을 장악해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내 주류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 대표는 이날 곧바로 윤석열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강제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에 힘을 실었다. 그는 “과거는 과거대로 청산할 부분이 있다. (그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가 가야 할 (미래) 관계를 위해 대승적 결단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해 3·9 대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원내대표 임기 동안 대선을 치른 그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전국 곳곳을 누볐다. 특히 2021년 12월 당시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와의 갈등이 불거져 이 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자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에서 이른바 ‘울산 회동’을 성사시키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화해를 주선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또 다시 갈등이 폭발하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이준석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을 때도 그는 동료 의원들과 윤 대통령을 설득해 “파국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퇴장하며 김기현 당대표 후보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퇴장하며 김기현 당대표 후보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959년생인 김 대표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와 변호사의 길을 걷다가 2003년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울산 남을에 당선된 뒤 19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지내고,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다시 금배지를 달며 4선 의원을 하는 동안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등 국회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꼼꼼한 일 처리 스타일로 동료 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쌓으면서 원내 중요 보직이 빌 때마다 김 대표는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그는 재선 시장을 노리던 2018년 지방선거 때 정치 인생의 결정적 사건을 겪었다. 선거를 불과 3개월 가량 남긴 시점에 문재인 청와대가 개입됐다고 의심된 이른바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후보였는데, 이러한 수사는 송 후보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결국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면서 낙선한 그는 정치적 시련을 겪으며 2년간 공백기를 갖기도 했다.

여권에선 이 사건이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신뢰를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청와대 개입 의혹을 인지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를 진행시켰고,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당시 정권 핵심부와 극한 갈등을 일으키는 동병상련의 관계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로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두 사람이 정치적 고비를 함께 넘던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정치권에서도 소문난 ‘꼼꼼하고 일 잘하는 정치인’이다. 원내대표를 하면서도 늘 현안을 파악하고 각 상임위원회 간사와 소통하곤 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시절 김 대표와 함께 일한 한 의원은 “대충 누가 적어준 것만 말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다 공부를 하고 와서 오히려 물었기 때문에 의원들도 대충대충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2021년 원내대표 당선 직후 김 대표가 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에서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가져온 걸 성과로 꼽는다. 당시 법안의 마지막 문턱인 법사위원장직 탈환은 “거야(巨野) 입법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방편”이라고 호평을 받았다.

10대조(祖)부터 울산에서 살아온 김 대표는 울산에서 태어난 뒤 부산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부인 이선애 여사는 고교 시절 교회에서 만나 13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슬하에 1남3녀를 두고 있다.

다음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당직 인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연대·포용·탕평이라는 기본적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다. 인물 등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력이다. 일 잘해서 내년 총선을 이기게 만들 수 있는 분을 삼고초려 해서라도 모시겠다.”
대야 관계는 어떻게 하나.
“제가 원내대표 1년 지내는 동안 (민주당 보다) 훨씬 더 적은 의석 수를 가지면서도 대(對) 민주 관계에서 주도해 나갔다고 자부하고 있다. 결국 여당이 가진 힘은 국민의 여론이다. 국민 뜻 잘 받들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개혁의 방향, 민생 살리기 방향이 옳다고 국민이 인식해주시면 그게 여론이 돼서 뒷받침될 것이라 믿는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하며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가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하며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선 과정에서 ‘울산 땅 투기 의혹’ 등으로 공격을 받았다.
“5년 전부터 검증의 검증을 거쳐 왔던 사안이기 때문에, 재탕, 삼탕 아니라 9탕 10탕이라도 필요한 것 있으면 얼마든지 더 조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민주당이 2년 전에 태스크포스 만들어서 진상 조사를 하다가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그만뒀다. 제가 불법 저지른 적 없다는 말씀 명확하게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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