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해 4월 26일(이하 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을 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 한ㆍ미 정상회담으로, 이날 저녁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도 열릴 예정이다. 1953년 10월 워싱턴에서 정식 조인된 한ㆍ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은 “한ㆍ미 동맹의 역사와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안과 세부 내용을 구체화할 계획”(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특파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2011년 이명박(MB)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MB의 국빈 방문이 노무현 정부 때 균열 조짐을 보이던 한ㆍ미 동맹에 아교를 붙였다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표현되는 보다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한ㆍ미 동맹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국빈 방문 테마로 ‘미래로 향해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 동맹’을 채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빈방문 협의차 미국을 방문 중인 김성한 실장은 7일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각별한 유대감과 신뢰를 형성했다”며 “한ㆍ미 동맹을 자유와 인권, 법치와 같은 공동의 가치 아래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국빈 방문의 첫 번째 의미를 경제 안보 강화에 뒀다. 김 실장은 “경제 안보가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시기에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원자력ㆍ우주ㆍ에너지ㆍ사이버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ㆍ미 동맹의 당면 위협인 북한에 대해 김 실장은 “대북 핵 실행력과 억제를 질적으로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국빈으로 윤 대통령을 초청한 데서 나타나듯, 회담에 대한 미국 측의 기대도 크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동북아 주요국인 한국과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 견제를 위해 한ㆍ일 관계 개선이 큰 숙제였는데, 최근 한국 정부가 내놓은 강제징용 해법과 국빈 초청이 어우러지며 한ㆍ미ㆍ일 3국 공조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2015년 한ㆍ일 위안부 합의 때 양국을 중재한 뒤 “헤어지려는 부부를 다시 붙여 놓는 이혼 상담사와 같았다”(2016년 8월, 미 언론 인터뷰)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강제징용 해법 발표 직후 “한ㆍ미ㆍ일 3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함께할 때 우리는 더 강해지고, 세계는 더 안전해지고 번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3국은 한ㆍ일(3월)→한ㆍ미(4월)→한ㆍ미ㆍ일(5월, 주요 7개국 정상회담)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장선에서 현재 미국ㆍ인도ㆍ일본ㆍ호주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안보협의체로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쿼드(QUAD) 실무그룹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안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윤석열 정부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도 쿼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참여를 적극적으로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대중(對中) 공급망 차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후폭풍이 한국 기업에 치명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할 큰 숙제다. 한국 재계에선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10년간 중국에 시설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반도체 지원법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김성한 실장은 “주요 동맹국인 한국 기업들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거나,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ㆍ미 관계가 신안보 분야로 확장되기 위해선 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미국도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을 계기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