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암호화폐 사업’.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이 2019년 이런 이름표를 달고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올해로 5년째. 그간 다양한 프로젝트가 클레이튼과 연을 맺었다. 현재는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옮겨간 NFT(대체불가능토큰) 프로젝트 메타콩즈, 여전히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게임사 넷마블의 ‘P2E(Play to Earn)’ 모바일 게임 ‘A3 스틸 얼라이브’와 ‘제2의 나라’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해외에서 주목하는 P2E 게임 ‘디파이 킹덤’이 최근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모의실험’도 클레이튼이 기반이었다.
클레이튼의 블록체인 생태계 네트워크도 작지 않다. 8일 기준 클레이튼의 운영 정책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거버넌스 카운슬’엔 LG전자, SK네트웍스, 서울대, KAIST 등 31개 기업⋅기관이 참여 중이다. 이 네트워크에는 카카오라는 브랜드 영향이 사실 컸다.
그렇게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지원을 등에 업고 탄탄대로를 달릴 것 같았지만, 클레이튼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카카오 계열사인 그라운드X(2018년)에서 시작해 이듬해에 클레이튼이 출범할 때만 해도 모두가 클레이튼을 주목했다. 그러나 이후 카카오의 싱가포르 자회사인 크러스트(2022년)가 클레이튼을 맡았다가 올해 3월부터는 카카오 계열에서 아예 독립해 비영리 재단인 클레이튼 재단이 운영을 맡았다. 이러는 사이 클레이튼 생태계의 동력은 크게 약해졌다. 경기 침체로 암호화폐(클레이) 가격은 미끄러지고, 클레이튼 플랫폼에 입점한 프로젝트들도 잇따라 이탈했다. 지난해에는 시스템 오류로 네트워크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그래픽=한호정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이 다사다난한 여정을 줄곧 함께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국립 아르곤연구소와 삼성리서치 등을 거쳐 2018년 그라운드X에 합류했다. 2021년 그라운드X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됐고, 지난해엔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재단은 블록체인의 운영을 한 곳이 주도하지 않는 ‘탈중앙화’된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2020년 크러스트 내부에 설립됐다가, 이젠 재단도 크러스트로부터 독립해 나왔다. 재단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다.
지난 1월 19일 서상민 이사장을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클레이튼 재단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앞으로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발전을 넘어 블록체인의 운영과 공시와 관련된 신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클레이튼은 올해 블록체인의 핵심인 ‘탈중앙화’에 더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일부 질의응답은 이달 7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코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 최근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대중의 눈길을 끄는 다른 분야가 많아졌다.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은 거시 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시장이 침체된 영향도 있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해외 대형 거래소인 FTX의 파산, 테라·루나 가격 폭락, 국내 대형 게임업체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의 상장폐지 등 대형 사건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