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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금융·첨단기술까지 시진핑 직접 챙긴다…"미·중충돌, 대만유사시 대비 포석"

중앙일보

입력

7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2023~2027년) 1차 회의 두 번째 전체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7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2023~2027년) 1차 회의 두 번째 전체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치안 유지와 금융 감독, 첨단기술 부문을 관리하는 권한을 국무원(정부)에서 중국공산당(중공)으로 넘긴다. 즉 당이 직접 관리하게 된다. 이번 개편은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의 본격 충돌 및 대만 통일을 대비해 공산당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앞서 7일 오후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2023~2027년) 1차 회의 두 번째 전체회의에서 샤오제(蕭捷) 국무원 비서장이 이번 당정 기구개혁 가운데 정부에 해당하는 부분인 ‘국무원기구개혁방안’을 전인대 대표 2943명에게 설명했다. 샤오 비서장은 이번 기구개혁이 “당 중앙으로 집중되고 통일된 영도 강화를 중심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통일된 영도 강화’는 당의 핵심인 시진핑(習近平·70) 총서기의 권한 강화 임을 뜻한다. 시 주석은 오는 10일 열릴 전인대 세 번째 전체회의에서 오는 2028년 3월까지 5년 임기의 국가주석에 취임한다.

이번 개편은 대만 유사(有事)시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견딜 수 있도록 반도체 공급망과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고 중국에서의 정보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국무원이 전담했던 치안 유지와 금융 감독 권한을 당으로 이관한다. 유사시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 조달과 자금 준비를 직접 챙길 수 있도록 개편한다.

중공은 그동안 경찰과 금융 등 행정 부분은 전문 관료 집단인 국무원에 위임해 왔다. 덩샤오핑(鄧小平) 체제 이후 추진해왔던 이같은 당정 분리 방침은 이번 개편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7일 오후 샤오제 중국 국무원(정부) 비서장이 국무원 기구개혁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7일 오후 샤오제 중국 국무원(정부) 비서장이 국무원 기구개혁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번 개편으로 당에 ‘중앙내무공작위원회(가칭)’가 신설된다. 치안 유지를 담당하는 공안부와 간첩 적발을 책임지는 국가안전부, 호적 관리를 다루는 부서 등을 사실상 국무원에서 분리한 뒤 통합해 내무위로 이관하는 조치다. 스파이 적발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반(反)간첩법 역시 개정할 예정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예방을 당이 주도한다. 증권을 제외한 은행·보험·증권 감독 부문과 중앙은행의 금융지주사 감독 등을 통합해 당내에 설치할 ‘중앙금융공작위원회(가칭, 이하 금융위)’에 넘긴다. 샤오 비서장은 전날 “금융 영역에 장기적으로 존재하던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신설)이 리스크 관리와 예방 조치를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중공 직속 기구인 금융위는 지난 1998년 설립돼 2003년까지 존재했던 기구다.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부총리가 금융위 주임 자격으로 국유은행 등 금융기관의 인사권을 장악해 불량채권 처리 등 금융개혁을 주도했다. 20년 만에 금융위를 부활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금융 제재를 염두에 둔 대응력 강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제재로 3조 달러가 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동결될 경우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미국 국채 보유액을 20% 가까이 줄였고, 금 수입을 확대해 왔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수입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페트로 인민폐 구상을 내비쳤다.

각종 전문위원회도 신설된다. 당 중앙의 과학기술 업무를 통일적으로 지휘하기 위해 중앙과기위원회를 신설하는 데 이는 반도체 공급망을 당이 직접 관리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새로 만들어지는 국가데이터국은 인공지능(AI) 산업의 기초 자원인 빅데이터 관리를 책임진다. 또한 디지털 위안화의 정식 발행을 위해 금융 관련 데이터의 관리도 강화할 전망이다.
시진핑 “미국, 엄중한 도전”
중국의 이번 당정 기구 개편에 앞서 시 주석은 지난 6일 이례적으로 미국을 특정해 비판했다. 중국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정협의 중국 민주건국회와 공상연합회 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은 이날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서방국가가 중국을 전방위로 억압·포위·압박해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던 엄중한 도전을 불러왔다”고 토로했다.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정협 경제인 회의에 참석해 신흥산업 분야에서 ″적에게 발각되고 군대가 전멸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연합뉴스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정협 경제인 회의에 참석해 신흥산업 분야에서 ″적에게 발각되고 군대가 전멸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은 특히 신흥 산업 분야에서의 전략 수립을 강조했다. “국제 경쟁에 참여할 때 전반적인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며 “가는 곳마다 적을 무찌르다 고립돼 깊이 침투했지만 최후에 전부 발각되어 군대가 전멸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비유했다. 단 시 주석의 “군대가 전멸되다(全軍覆沒)”는 발언은 관영 신화사를 통해 보도하면서도 7일자 인민일보 지면에선 싣지 않았다.

시 주석은 또 “국제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국제 투쟁은 변화무상하며 남들과 중국이 제로섬 게임을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후퇴할 길은 남겨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은 지난달 28일 폐막한 중국공산당(중공) 제20기 2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2중전회)에서 이미 심의·통과됐다가 일부 내용이 이번에 공개됐다. 전체 내용은 오는 13일 양회가 폐막한 뒤에 비로소 책임자 인사와 함께 공개될 전망이다. 개편의 일부인 ‘국무원 기구개혁방안’은 오는 10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표결로 확정된다.

개혁안에는 또 중앙 국가기관 인원을 일괄해서 5% 감축하는 슬림화 방안을 추가했다. 악화 상태인 정부 재정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이번 당정 기구 개편에 대해 “당에 속하지 않는 광대한 민간 분야, 특히 파급력에 비해 당의 통제 권한이 취약했던 금융 분야에 대한 당의 연결고리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면서 “내무위의 경우 구소련 스탈린 시대의 유산인 만큼 일각에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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