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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감독…"한드 '도깨비'서 힌트 얻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목소리 하라 나노카)는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애니메이션 제목치곤 어색한 ‘문단속’이란 단어가 작품을 다 보고 나면 가슴에 사무치는 말이 된다. 사진 쇼박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목소리 하라 나노카)는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애니메이션 제목치곤 어색한 ‘문단속’이란 단어가 작품을 다 보고 나면 가슴에 사무치는 말이 된다. 사진 쇼박스

일본에서 천만 흥행을 거둔 ‘스즈메의 문단속’(8일 개봉)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여고생 스즈메가 집안 대대로 이 문을 막아온 청년 소타와 함께 고향 규슈부터 시코쿠‧고베‧도쿄까지 일본 전역에서 재난을 막기 위한 ‘문단속’에 나서는 로드무비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50)가 자신의 최고 흥행작 ‘너의 이름은.’(2016), ‘날씨의 아이’(2019)에 이어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지난달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21년 만에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일본에선 3부작이 잇따라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도합 삼천만 흥행을 달성했다.

8일 개봉 애니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내한 간담회

동일본 대지진 3부작으로 '삼천만 흥행'

8일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내한 간담회를 가진 신카이 감독은 “한국 드라마 ‘도깨비’(tvN, 2016~2017)를 봤을 때 문 사용 방법이 인상적이어서 힌트를 얻었다”면서 “문은 일상의 상징이다.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 또 문을 닫고서 ‘다녀왔습니다’라고 하며 일상은 반복된다. 재해(災害)는 이런 일상의 단절이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이란 모티브가 어울렸다”고 설명했다.
지진 재해를 다루지만 작품 분위기는 밝다. 스즈메와 함께 재난의 문을 찾아 다니는 파트너는 세 개뿐인 다리로 뒤뚱대는 의자 ‘소타’. 원래 집안 대대로 이런 문을 닫는 가업을 이어온 청년인데 고양이 모습의 신(神) ‘다이진’에 의해 의자에 갇힌다.
이런 소타와, 변덕스러운 자연을 귀엽고도 까칠한 고양이로 표현한 다이진의 존재는 스즈메가 폐허에서 찾아낸 ‘문’을 통해 과거 재해 희생자들의 아픔을 되짚는 묵직한 순간들에 숨통을 틔워준다.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기자회견에는 1700대 1 경쟁을 뚫고 주연 스즈메의 목소리에 발탁된 신인 배우 하라 나노카(20, 오른쪽)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함께 참석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기자회견에는 1700대 1 경쟁을 뚫고 주연 스즈메의 목소리에 발탁된 신인 배우 하라 나노카(20, 오른쪽)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함께 참석했다. 연합뉴스

3부작에 대해 “‘너의 이름은.’이 대히트하며 얻은 책임을 완수하는 기분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신카이 감독은 “히트 감독의 차기작은 더 많이 봐주실 텐데, 일본인 전체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재해에 대해 제대로, 재밌게 표현한다면 이런 일을 잊고 있었거나,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기억을 잘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상상력을 극대화한 캐릭터들에 대해 “비극에 관한 이야기만 그리면 관객이 너무 무겁고 괴로울 거라 생각해 스즈메와 같이 있는 캐릭터로 그 장소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하게 누그러지는 존재를 떠올렸다. 다리 하나를 잃어버린 의자는 스즈메의 마음의 메타포(은유)이기도 하다. 어릴 적 재해를 입고 마음속 무언가를 상실했음에도 소타처럼 달리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美매체 인터뷰서 "日쇠퇴기·재해 많아…대응법 영화에 담았죠"

이는 그가 일본 사회에 보내는 당부로도 들린다. 지난달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신카이 감독은 “일본은 쇠퇴 상태에 있으면서 매년 나라를 괴롭히는 자연재해가 많다. ‘스즈메…’는 이에 대응하는 방법에 관한 나의 대답”이라면서 “스즈메가 자기 자신과 대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친절에서 오는 힘”이라 밝히기도 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스즈메가 처음 자신의 동네 근처 버려진 폐허에서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어보고 있다. 문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 '도깨비'(tvN)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고. 사진 쇼박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스즈메가 처음 자신의 동네 근처 버려진 폐허에서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어보고 있다. 문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는 설정은 한국 드라마 '도깨비'(tvN)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고. 사진 쇼박스

출세작 ‘초속 5센티미터’(2007)에선 벚꽃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속도에 첫사랑의 아련함을 빗댔고, ‘너의 이름은.’에선 유성우가 하늘을 물들인 장관을 잔혹한 재난의 징조로 그려냈던 그다.‘스즈메의 문단속’엔 자연과 도시의 아름다운 풍광에 인간적인 감정을 날카롭게 새겨내는 게 그의 특기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사진 쇼박스

출세작 ‘초속 5센티미터’(2007)에선 벚꽃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속도에 첫사랑의 아련함을 빗댔고, ‘너의 이름은.’에선 유성우가 하늘을 물들인 장관을 잔혹한 재난의 징조로 그려냈던 그다.‘스즈메의 문단속’엔 자연과 도시의 아름다운 풍광에 인간적인 감정을 날카롭게 새겨내는 게 그의 특기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사진 쇼박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기이한 환상과 함께 찾아오는 재난들은 아픔에 그치지 않고, 서로 안면도 없던 타인들을 서로 이어주는 ‘붉은 인연의 실’ 같은 역할을 해왔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선 문을 뚫고 용솟음치는 재해의 징조들은 지구의 핏줄 같기도 하고, 극대화한 인연의 실 같기도 한 붉은 기둥 모양으로 표현된다. 사진 쇼박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서 기이한 환상과 함께 찾아오는 재난들은 아픔에 그치지 않고, 서로 안면도 없던 타인들을 서로 이어주는 ‘붉은 인연의 실’ 같은 역할을 해왔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선 문을 뚫고 용솟음치는 재해의 징조들은 지구의 핏줄 같기도 하고, 극대화한 인연의 실 같기도 한 붉은 기둥 모양으로 표현된다. 사진 쇼박스

이날 간담회에서 작품의 테마를 “일상이 단절됐을 때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살아가게 되는가”라고 소개한 신카이 감독은 “한국에는 지진은 많지 않지만 일상을 단절하는 재해는 어디에나 있지 않나. 한국 관객들도 ‘우리들의 세계를 그려낸 영화’로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日애니 인기 비결? "일본과 한국 마음 닮아서 아닐까" 

8일 내한 간담회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가끔 서울에 와서 거리를 보면 그립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고 어떤 부분은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면서 “풍경과 도시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돼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양국의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지 않은가 한다"고 말했다. 사진 쇼박스

8일 내한 간담회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가끔 서울에 와서 거리를 보면 그립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고 어떤 부분은 도쿄의 미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면서 “풍경과 도시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돼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양국의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지 않은가 한다"고 말했다. 사진 쇼박스

최근 '슬램덩크' 극장판이 역대 한국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성적(380만 관객)을 거둔 데 이어, ‘스즈메…’도 개봉 당일 실시간 예매율 52.9%(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로 1위를 기록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 비결을 묻자 그는 “오히려 한국 관객들에게 왜 이렇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아마도 일본과 한국이 문화와 풍경에서 닮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풍경과 도시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돼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양국의 마음의 형태가 유사하지 않은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일본인들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인 상황에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그것이 파도같이 반복되지만, 문화에서는 굉장히 강하게 연결돼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재난을 부르는 문을 막는 '요석'에서 고양이 모습으로 변신한 신 '다이진'. 아름답게 보이다가도 사납게 덮쳐오는 자연의 변덕스러움을 고양이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사진 쇼박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재난을 부르는 문을 막는 '요석'에서 고양이 모습으로 변신한 신 '다이진'. 아름답게 보이다가도 사납게 덮쳐오는 자연의 변덕스러움을 고양이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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