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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늦깎이 국가대표 포수 이지영 "즐겁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3 WBC 국가대표 포수로 발탁된 이지영.

2023 WBC 국가대표 포수로 발탁된 이지영.

생각도 해본 적 없는 태극마크. 37세 베테랑 포수 이지영(키움 히어로즈)는 국가대표 팀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이지영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양의지와 함께 발탁됐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양의지가 주전이지만, 이지영의 역할도 크다. 투수들을 이끌고, 선수 교체 등으로 라인업에 변화가 생기면 투입될 자원이다. 특히 단기전인만큼 백업포수의 중요성은 작지 않다.

벌써 프로 16년차지만 이지영이 국가대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삼성 라이온즈 신고선수로 입단한 그는 2019년 키움으로 이적한 뒤에도 태극마크를 단 적이 없다. 공교롭게도 이지영은 선수단 최고참이다. 박병호와 나이가 같지만 생일이 빨라 한 학년 위다. 이지영은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다. 대표팀 보면 '가는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대표팀 생활이 재밌다. 연습 경기도 재밌게 했다"고 말했다.

이지영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키움의 한국시리즈행에 큰 공을 세웠다. 안정적인 투수 리드는 물론 공격에서도 힘을 보탰다. 기술위원회는 양의지를 주전으로 낙점하고, 도울 선수로 입을 모아 이지영을 추천했다. 이지영은 "좋게 봐주셔서 좋다. 예전과 달라진 평가에 기분이 정말 좋다"고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미국 전지훈련 당시 양의지가 지친 상태였다. 이지영이 투수들의 공을 많이 받아줬다"고 귀띔했다. 후배들과도 거리낌없이 어울리고 있다. 최선참이라 유일하게 코칭스태프와 함께 일본 이동시 비즈니스석에 탔는데 후배들이 놀려도 웃음로 받았다. 이지영은 "나도 시즌 준비를 해야 하니까(많이 받았다). 언제 이렇게 좋은 투수들의 공을 받아보겠느냐"며 "선수들이 나보고 '할배다, 노인 공경해야 한다. 코치님으로 가야 한다'고 놀렸다"고 머쓱해했다.

7일 연습경기에서 정우영과 이야기하는 이지영(왼쪽). 뉴스1

7일 연습경기에서 정우영과 이야기하는 이지영(왼쪽). 뉴스1

이지영의 트레이드마크는 고글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안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지영은 "비시즌 때 라섹 수술을 받았다. 아직 낯설긴 하지만 적응해가고 있다. 야구를 더 잘하고 싶고, 아무래도 포수는 안경을 벗는 게 편해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연습 경기에서도 공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이지영은 "몸 상태가 괜찮다. 원래 빵빵 치는 스타일도 아니고, 하던 대로 잘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젊은 투수들이 대표팀은 나보다 선배라서 따라간다. 다만 포수로서의 본분은 잊지 않고 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잘 돕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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