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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가수는 위대한 작품에 생명 불어넣는 일”

중앙일보

입력

이달 14일과 16일, 두번째 내한공연을 갖는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이달 14일과 16일, 두번째 내한공연을 갖는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2019년 1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의 첫 내한공연은 많은 국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원전연주 앙상블 일 포모 도로와 음반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했던 연주회에서 분노와 애절함이 교대로 터져 나오는 바로크 시대의 아리아는 록 음악 같은 직진성과 보편성으로 다가왔다. ‘이탈리아에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있다면 미국에는 조이스 디도나토가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월드스타의 무대였다.

두번째 내한, 14일 리사이틀 16일 ‘오버스토리 서곡’ #“동시대가 만들어내는 이야기, 우리 영혼에 필요해” #“항상 악보로 돌아가 왜 노래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그가 이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두 가지 색깔로 펼친다. 14일 피아니스트 크레이크 테리와의 리사이틀에서는 헨델, 하이든부터 프랑스 샹송과 미국 재즈까지 음악인생을 총망라하는 다양한 곡들을 노래한다.
16일에는 보스턴 심포니 부지휘자 얼 리가 지휘하는 세종솔로이스츠와 토드 마코버의 ‘오버스토리 서곡’ 아시아 초연 및 한국 초연 무대에 선다. 이날 1부에는 하이든 ‘노투르노’, 스티븐 김 협연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베베른 ‘느린 악장’도 함께 연주된다.
'오버스토리 서곡'은 환경 문제를 다룬 리처드 파워스의 소설 ‘오버스토리(The Overstory)’를 바탕으로 하는, 오페라의 요약 같은 작품이다. 세종솔로이스츠의 강경원 총감독이 MIT 교수 토드 마코버에게 제안해 성사된 프로젝트다.
‘오버스토리’의 사전적 의미는 숲 상층부의 생김새다. 소설에서는 한 그루의 나무로 상징되는 아홉 인물의 개별적인 삶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시작하는데, 조이스 디도나토가 이 가운데 식물학자 패트리샤 웨스터퍼드 역을 연기하는 독립된 모노드라마 형식이다. 독창자, 체임버 앙상블, 그리고 전자 장치를 위한 곡이다.

디도나토는 서면 인터뷰에서 “(첫 내한공연 때) 한국 청중이 저를 정말로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서울의 활기와 비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서울을 떠날 때 이곳을 반드시 다시 찾게 되리라는 걸 알았다”고 지난 공연의 소감을 밝혔다.

디도나토에 의하면 ‘오버스토리 서곡’의 주제는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라고 한다.
“패트리샤는 인간을 대변하지만 누구보다 나무를 잘 이해하는 역할이죠. 최근 오페라 '디 아워스'에서 버니지아 울프 역을 노래했는데 끝날 때 관객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동시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야기들은 우리 영혼에 반드시 필요하고 듣는 이의 공감대를 이끌어냅니다.”

디도나토는 리사이틀 ‘스프링 콘서트’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여행을 떠나듯 더 평화롭고 즐거운 마음이 되기를 바란다. 그 감정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달 14일과 16일, 두번째 내한공연을 갖는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이달 14일과 16일, 두번째 내한공연을 갖는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디도나토 음악의 출발점은 합창단이다. 그래서 요즘도 합창 음악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특유의 따뜻함과 직접성이 있고 원초적이면서도 정제된 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시대악기와 원전연주를 좋아한다는 그는 “내 음색 중에 특히 시대악기와 잘 어울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과 같은 음역의 가수인 메조소프라노들 가운데 자넷 베이커와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디도나토는 “이들의 인간적인 면과 예술에 대한 헌신이 특별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디도나토는 여러 스승으로부터 받은 훌륭한 가르침 가운데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들려주었다.
“‘성공하려면 3D가 필요하다. Dedication(전념), Determination(의지), Discipline(훈련).’, ‘뭔가 성공적이었을 때 그것을 되풀이하지 말고 완전히 재탄생시켜라’. ‘소리가 나오는 길을 방해하지 말고 그저 자연스럽게 나오게 둬라’ 등은 지금도 명심하고 있어요.”

디도나토는 젊고 유망한 미래의 성악도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그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모든 공연에서 가사와 선율 모두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수세기 동안 높은 수준으로 불려온 작품을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남을 모방해서 빨리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럴 때 디도나토는 항상 악보로 돌아가서 왜 그렇게 노래해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지도한다고 했다.

“청중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래한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노래는 봉사입니다. 위로, 이해, 아름다움과 평화를 얻으려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위해 위대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게 성악가의 의무죠.”

노래 외에 사진과 춤, 독서, 빵 굽기, 대화, 자전거타기, 정원 가꾸기가 취미라는 디도나토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최근 워너(Warner) 레이블에서 앨범 두 장을 발매했어요. 헨델의 감동적인 오라토리오 ‘테오도라’와 프로젝트 앨범 ‘에덴’이죠. ‘에덴’으로 멀티미디어 월드투어를 하고 있어요. 비제 ‘카르멘’을 녹음할 예정입니다. 처음 불러보는 카르멘이라 기대됩니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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