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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면 죽는다" 소방대원도 기절…인도 60만명 덮친 가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쓰레기 산'으로 불리는 인도의 거대 쓰레기 매립지에서 화재로 인해 대량의 유독가스가 방출돼 주민 60만 명에 외출 자제령이 내려졌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2일 인도 케랄라주 항구도시 코친의 브라마프람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했다. 불은 대부분 진압됐지만 짙은 연기와 메탄가스가 일대를 뿌옇게 뒤덮고 있다.

유독가스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 일부 소방대원들은 연기 탓에 기절하기도 했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이에 소방 당국은 주민 60만 명에 외출 자제령과 휴교령을 내렸고, 외출 시 N95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매립지 화재는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나오는 가연성 가스로 인해 발생하곤 한다고 CNN은 짚었다.

인도에는 브라마프람을 포함해 3000여 개의 쓰레기 산이 곳곳에 분포돼 있다. 위성 자료를 통해 환경오염을 감시하는 온실가스위성(GHGSat)에 따르면 인도 쓰레기 산의 메탄 배출량은 세계 최대 수준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물질로 꼽힌다.

유럽연합(EU) 국제도시협력 프로그램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마프람 매립지 면적은 6만 5000㎡ 정도로 하루 평균 약 100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인다. 이 중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비율은 약 1%에 불과해 매립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지난 몇 년간 브라마프람에서 여러 차례 화재가 발생해 공기와 환경을 오염시켰다"고 지적했다.

인도 케랄라주 항구도시 코친의 브라마프람 쓰레기 매립지에서 지난 2일 발생한 화재로 인해 유독가스와 연기가 주변을 뒤덮고 있다. CNN·로이터 캡처

인도 케랄라주 항구도시 코친의 브라마프람 쓰레기 매립지에서 지난 2일 발생한 화재로 인해 유독가스와 연기가 주변을 뒤덮고 있다. CNN·로이터 캡처

이뿐만 아니라 인도 최대의 쓰레기 산인 뭄바이의 데어너 매립지에선 화재가 자주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엔 수도 뉴델리의 가지푸르 매립지에서도 불이 나 진압에만 수일이 소요됐다. CNN은 이 매립지의 높이는 65m 이상으로 타지마할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인도의 쓰레기 산은 수십 년간 독성 물질들을 땅속에 스며들게 해 물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뉴델리의 또 다른 쓰레기 매립지 발스와 인근 주민들은 피부병과 호흡 이상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인도 정부는 쓰레기 매립지를 녹지로 전환하는 '클린 인디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재활용과 퇴비 공장 설치를 늘리는 등 폐기물 관리 개선 방안도 내놓고 있다.

다만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이상 감축한다는 내용의 국제메탄서약엔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인도에선 전체 메탄의 74%가 농업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이 서약에 가입할 경우 농업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쓰레기 매립지의 메탄 배출량은 전체의 15%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기후 전문가들은 인구수가 곧 중국을 추월할 인도를 향해 서둘러 기후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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