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도쿄돔에서 첫 훈련을 한 야구 대표팀 고영표.
캥거루 사냥을 위해 땅꾼 고영표(32·KT 위즈)가 나선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은 호주전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9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호주와 WBC 1라운드 B조 1차전을 치른다. 1라운드에선 조 2위까지 2라운드(8강)에 진출한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는 일본이 가장 강한 전력을 갖췄고, 한국과 호주가 남은 한 장을 놓고 다툴 전망이다. KBO는 전력분석팀을 호주에 파견했고, 이강철 감독도 호주리그(ABL)를 직접 찾아 지켜봤다.
호주 야구 역사는 길다. 1855년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영연방 국가답게 크리켓과 럭비의 인기가 높고, 야구는 축구에도 밀린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은 10위(한국 4위)다.
호주는 메이저리거들이 나서는 WBC에선 한 번도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대표팀도 빅리그 출신은 2명 뿐이고, 나머지는 국내 리그 선수들이다. 전력상으로는 한국이 한 수 위다. 한국은 2007년 젊은 선수들 위주로 나선 야구 월드컵에서 패한 뒤 호주전 8연승을 기록중이다. 2013 WBC와 2019 프리미어12에선 한 점도 주지 않고 이겼다.

도쿄돔에서 연습 투구를 하는 고영표. 뉴스1
MLB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 역시 "한국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전 선발은 1m96㎝의 장신 좌완 잭 오로린(23)이다. 지난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마이너리그 상위 싱글A 팀에서 26경기(6선발)에 등판했고, 2승 1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지난 겨울엔 ABL에서 선발로 7경기 던졌다.
반면 이강철 감독은 8일 낮 열린 공식 기자회견까지도 선발 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선발 예고는 오후 9시까지다. 그러나 "호주전 선발은 처음 생각과 같다"고 했다. 고영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고영표는 일본에서 치른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유일하게 등판하지 않았다.
현역 시절 이강철 감독과 마찬가지로 잠수함 유형인 고영표는 2020년 군 전역 이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제구력이 뛰어나 볼넷이 적고, 기복이 없다. 28번의 선발 등판에서 스물 한 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선발 등판한 경험도 있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로 재미를 봤다. 김병현, 정대현, 박종훈 등이 활약했다.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은 유형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에서 옆으로 던지는 선발투수는 고영표 뿐이다.
호주 타자 성향과도 맞는다. 호주 선수들의 영상을 본 한국 투수들은 "파워가 좋은 편이고, 뜬공을 치려는 스윙을 많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영표는 떠오르다 가라앉는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제대로 맞지 않으면 땅볼이 되기 십상이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땅볼/뜬공 비율(1.92)이 가장 높은 선발투수가 고영표였다.
컨디션도 좋다. 고영표는 3일 고척돔에서 치른 SSG 랜더스와의 연습경기에서 12명의 타자를 상대로 퍼펙트를 기록했다. 뜬공은 3개 뿐이었고, 나머지는 삼진과 땅볼이었다. 메이저리거인 김하성과 토미 현수 에드먼을 중심으로 한 내야진의 수비력도 뛰어나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 팀의 강점은 탄탄한 수비와 타격, 빠른 발 가진 선수와 장타력이 좋은 선수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상으로 우위지만 강자와 싸운다는 생각으로 싸우겠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호주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현수는 "까다로운 투수가 많다. 잘 준비했다"며 "국제대회는 첫 경기가 중요하다. 꼭 잡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모든 선수가 미국(4강)에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소집훈련 첫날부터 가장 중요한 것은 첫 경기였다"고 했다.
연습경기를 거치며 수정한 전략도 공개됐다. 이강철 감독은 "중간 투수 기용은 조금 바뀔 것 같다. 생각보다 쓸 수 있는 카드가 2명 정도 더 나와서 투수를 더 많이 기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전(10일)이 바로 다음날 열리지만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김광현은 "(일본전)선발투수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호주전)불펜에서 대기한다"고 귀띔했다.
이강철 감독은 일본과의 경기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이 감독은 "첫 경기라 호주전에 집중했으나 일본전의 무게감은 모두가 안다. 중요한 건 첫 경기를 이겨야 일본전이 편하다. 호주전을 여유있게 이기면 투수력을 아낄 수 있고, 일본전 이후 하루 휴식일이 있다. 일본전에선 투수를 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