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英 '보트 멈춰라' 불법 이주민 추방 강경책…일각선 "나치 정책" 비판

중앙일보

입력

‘보트를 멈춰라(stop the boats)’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작은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도버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주민에 대해 ‘추방’이라는 초강경 대응책을 내놨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7일 영국 런던 중심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브리핑룸에서 불법 이주민 법안 발표를 위해 '보트를 멈춰라'라는 슬로건이 걸린 단상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7일 영국 런던 중심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브리핑룸에서 불법 이주민 법안 발표를 위해 '보트를 멈춰라'라는 슬로건이 걸린 단상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BBC방송·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법 이주민법을 발표하며 “그동안 모든 방법을 다 써 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이제 다른 선택 여지가 없다”면서 “어떠한 법적 도전에도 맞서 싸울 것이며 이길 수 있다고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보트를 타고 영국에 입국한 난민들은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없고, 몇주 내 고국이나 제3국으로 추방되는 것이다. 추방된 후에는 영국 입국이 영구 금지된다. 이 법안은 이날부터 적용된다.

불법 이주민 문제는 최근 수년간 영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BBC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온 인원은 지난 2018년엔 300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4만5000명으로 4년 만에 150배로 증가했다. 특히 불법 이주민 중 알바니아인이 1만명 이상인데, 범죄 조직이나 마약 등의 범죄 행위에 가담한 남성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치안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작은 보트에 초과 인원이 타고 오면서 보트가 뒤집히는 등 인명 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보트 침몰로 27명이 숨졌고, 지난해 12월에도 비슷한 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프랑스와 외교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영국 국경수비대가 지난해 6월 29일 도버해협을 건너는 보트에 탑승한 사람들을 호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국경수비대가 지난해 6월 29일 도버해협을 건너는 보트에 탑승한 사람들을 호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여당인 보수당은 불법 이주민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이 다음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고 이 법안을 환영했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은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법안”이라면서 반발했다. 튀르키예(터키) 난민 2명에게 자신의 집을 제공하는 등 난민 보호에 적극적인 게리 리네커 BBC 축구 해설위원은 “1930년대 (나치) 독일이 사용했던 잔인한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엔버 솔로몬 영국 난민위원회 위원장은 “이는 영국의 방식이 아니다. 권위주의 국가의 방식과 더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성명에서 “이 법안은 난민협약에 명백히 위반된다”면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새 법안 시행을 두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은 하원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럽인권조약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인정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처음 추진했던 르완다에 1억2000만 파운드(약 1900억원)를 지급하고 불법 이주민을 르완다로 보내는 정책도 법정 공방이 벌어진 탓에 아직 본격적으로 이행을 못 하고 있다.

노동당의 예비내각 이베트 쿠퍼 내무부 장관은 “정부 안은 혼란을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협의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오는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파리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