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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스텝땐 금리차 2%p 육박...한은 4월 인상 가능성 커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통화 긴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만약 전체적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제한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오는 21∼22일 진행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고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에 일단 브레이크를 걸었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물가 경로 등 여러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금리(3.50%)는 미국(4.50∼4.75%)보다 1.25%포인트 낮아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만약 미 Fed가 21∼22일 빅 스텝에 나서면, 격차는 기존 한ㆍ미 기준금리 최대 역전 폭 기록(1.50%포인트ㆍ2000년 5∼10월)을 넘어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에 더해 4월 한은이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5월 연준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격차는 2.00%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ㆍ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3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약 1조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고, 채권시장에서도 2월 한 달 동안 240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외국인이 돈을 빼는 추세다. 원ㆍ달러 환율도 연초 이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4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금통위원 여섯명 중 다섯명이 향후 3개월내 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자고 했다”며 “앞으로 나오는 주요국의 금리결정과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자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캐나다와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를 전반적으로 결정해 다음달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6%까지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파월 발언이 예상보다 셌던 만큼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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