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성현의 미국서 보는 중국] “한국, 중국 시장에 환상 갖지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3년 2월 18일, 중국 청두시의 한 도로. 사진 셔터스톡

2023년 2월 18일, 중국 청두시의 한 도로. 사진 셔터스톡

홍콩 출신으로 미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가르치는 훙호펑(Hung Ho-fung) 교수는 왜 중국식 경제발전이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마오쩌둥이 이에 역설적으로 ‘공헌’했는지를 실증적으로 밝혀 주목을 받은 학자다. 중국의 경제적 발전은 ‘마오쩌둥과의 단절’을 통해서다라는 주류 서방 학계의 인식을 뒤집은 것이다.

마오 시대는 경제발전과 관계가 없는 것 같고 실제로 경제성장 측면에서 볼 때 저조했지만, 마오는 농촌 지역 문맹률을 낮췄고 농촌 보건 환경을 개선했다. 이렇게 해서 건강하고, 상대적으로 잘 교육받았으며, 그리고 많은 농촌 잉여 노동력이 형성됐다. 개혁개방 정책 시작과 함께 중국 곳곳에 공장이 속속 들어서자 바로 이들이 중국 경제발전에 필요한 노동력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논지다.

중국을 자유 시장과 자유 민주주의에 맞선 공산주의 독재의 마지막 보루로 보는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그의 이런 '발견'에 환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중국 분석은 훨씬 더 균형 있고 통시(洞視)적이다. 훙 교수는 중국 정치와 경제의 역학관계를 연구하는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의 보기 드문 전문가다.

중국이 3년 만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한 이 시점,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갈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에 대한 수요가 여느 때 보다 높다. 훙 교수로부터 ‘포스트 팬데믹’ 중국 경제 진단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훙호펑(Hung Ho-fung) 교수. 사진 필자제공

훙호펑(Hung Ho-fung) 교수. 사진 필자제공

Q. 중국이 3년간의 코로나 봉쇄를 종료했다. 지난 3년을 평가한다면?
“우선 중국은 망가진 국제적 명성을 되찾는 데 힘이 들 것이다. 과거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지만 유능하다'란 명성을 가진 국가였다. 하지만 코로나 3년을 겪으면서 중국은 국제적 방역 추세와 동떨어진 매우 고립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쳤다. 처음에는 중국이 잘하는 것 같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중국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매우 ‘준비가 안 되었고 혼란스러운 것’(unprepared and chaotic)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이전에 알던 ‘유능하고 안정적인 관료집단’(competent and stable bureaucracy)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Q.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더 안 좋은 것은 중국의 관료체제가 코로나19를 상대하는 것에 있어서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 부동산 위기 등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서도 미숙함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권위적 체제가 더는 안정적인 경제를 도모하는 데 있어 유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주게 된다. 중국의 이미지 손상은 오래갈 것이다.”


Q. 중국이 대문을 다시 활짝 열었는데 과거와 달리 외국 기업들은 이번엔 중국 진출에 매우 신중해진 모습이다. 
“돈을 버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리스크가 증가하면 생각을 달리하게 된다. 우선 외자 기업은 많은 돈이 들어가는 장기적 투자를 중국에 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Q. 중국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로 들린다. 당신의 대학 동료 할 브란즈 교수는 그런 맥락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동의한다. 사실 내 책 ‘The China Boom’에서 이를 이미 예견한 바 있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구조적 경제성장 저하기에 들어갔다. 문제를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Q. 왜 그런가?
“유사한 사례를 겪은 일본의 경우 경제 침체를 극복하는 데 무려 20년이 걸렸다. 그래도 결국 극복했다. 중국과 다른 점은 일본은 경제 슬럼프에 들어가기 전 이미 선진국이 되었고 당시로선 첨단기술의 선두에 있었다. 현재의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진국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마저 진행 중이다. 이는 중국인들이 부자가 되기 전에, 그리고 중국 기업이 첨단기술을 숙달하기 전에 중국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기업 중 일부가 첨단기술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기술사용특허권은 미국 등 외국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Q. 미국이 중국을 글로벌 첨단 공급망에서 제외하려고 하고 있고, 이에 중국은 자생적 기술 혁신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나는 중국이 현재의 미국과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이 무척 힘들 것(very difficult)이라고 본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그런 첨단 기술 혁신을 꾸준히 뒷받침해줄 수 있는 중국의 경제력은 확실히 이미 정점을 쳤다.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Q. 당신 책이 한국어로도 번역되었고 최근 한국에도 방문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 조언을 준다면? (2022년 『Clash of Empires』가 『제국의 충돌』(글항아리)로 번역돼 출판됐다)
“한국 기업들은 미∙중 경쟁을 매우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환상(illusion)을 갖지 말아야 한다. 사실 과거에 많은 기업이 그런 환상을 가졌다. 여기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중국 체제의 특성 때문에 중국 투자 성공스토리가 많이 부각된 점이 크다.”


Q. 부연해 달라.
“예를 들어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라는 식의 말이 있는데 종종 이런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적지 않은 경우 사람들은 중국 시장에서 실제 이익을 봤기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중국 시장을 바라본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중국 정부가 무엇을 말하느냐를 보지 말고, 무슨 행동을 하느냐를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중국 사업에 대해서 평가해봐야 한다.”


Q. 그래도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크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중국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망하는 줄 알았다. 기업뿐만 아니라 심지어 할리우드 영화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요구하는 대로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을 검열하고 삭제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중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는데도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삼성 핸드폰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마켓에서는 선전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중국 쳐다보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Q. 그래도 중국은 여전히 거대 시장이고, 한국의 바로 옆에 있다.
“중국 시장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기업이라면 중국 외에 ‘플랜 B’와 ‘시장 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 적어도 중국 한 곳에 투자하기보다는 투자 위험을 분산시키는 사업의 기본은 지켜야 한다.”


Q. 이 시점에서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지정학적 사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만약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며 러시아 편을 들 경우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국에 대해 경제 제재를 부과할 것이고, 그 여파는 중국에 투자한 외자 기업에도 닥칠 수 있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