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시혁(左), 김범수(右)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판돈’을 올렸다. 카카오는 주당 15만원에 SM 지분 35%(833만3641주)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7일 밝혔다. 앞서 하이브가 제시했던 매수가 12만원보다 25% 높은 금액이다. 투입되는 자금 규모는 약 1조2500억원이다. 카카오가 공개 매수 목표를 달성하면 SM 지분 약 40%를 보유하게 된다. 이미 카카오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SM 지분 4.91%를 장내 매수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공개 매수의 성패는 주가에 달려 있다. 이날 SM 주가는 15.07% 치솟은 역대 최고치 14만9700원에 마감됐다. 카카오가 전면전을 선포한 만큼 하이브의 반격도 예상된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부터 28일까지 SM 주식 공개 매수(주당 12만원)를 진행했으나 지분 0.98%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현재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14.8%를 합쳐 SM 지분 총 19.43%를 보유 중이다. 카카오의 15만원 도발에 맞서 하이브가 다시 추가 공개 매수를 선언할 경우 지분 확보 전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6일 밤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공개 매수를 결정했다. 3일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신청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카카오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카카오는 “SM과의 안정적 파트너십을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카카오는 최대주주가 된 이후에도 SM의 독창성을 존중하고, 독립적 운영을 보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보기술(IT)과 지식재산권(IP) 결합을 통한 시너지는 K컬처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M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가 SM 3.0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카카오는 법원의 결정으로 지분 매입 계획이 무산됐어도 하이브와의 자금 싸움에선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하이브의 2022년 9월 말 가용 현금은 1조1000억원 규모다. 카카오의 가용 현금은 5조7000억원으로 5배 이상 많다. 여기에 지난 1월 카카오엔터가 사우디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자금 동원력에선 카카오가 우위에 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에 SM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지만, 카카오엔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매물”이라고 분석했다.
'이수만 없는 SM' 시대 문을 열어젖힌 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입니다. 이창환 대표가 직접 말한 '드라마 같던 SM 주총' 장면,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8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