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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재에 北사업 막히자…이화영 "플랜B 준비, 기금 쓰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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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쌍방울그룹의 800만 달러+α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경기도청 등 압수수색에서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 회의록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의록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남북협력기금을 신축적으로 활용하자”, “플랜B에 (기금을) 많이 써야 하지 않겠느냐”는 등 민간 차원의 대북사업을 지원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장면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대북제재 우회 논의한 경기도 자문위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해 조선아태평화위원회 김성혜 실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관계자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해 조선아태평화위원회 김성혜 실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관계자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8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기도에서 제출받은 자문위 회의록에 따르면 자문위는 2019~2020년 총 3차례 회의를 열고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하에서 가능한 대북사업을 구상하면서 지출 범위가 제한된 남북기금 활용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당시 자문위원장은 이화영 전 부지사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공동으로 맡았다. 익명 처리된 회의록에는 2019년 1월 회의에서 위원장이 “제재 국면 아래에서 기금은 현실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것이 전제돼 있다”며 “그런 것들을 돌파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제공해달라. 이 기금이 못 쓰게 될 형편에 있다”고 위원들에게 주문했다.

2020년 1월 이화영 전 부지사는 3차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지금 이 경직된 정사(대북제재)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야 하느냐”며 “기금 사용에 관해서는 대개 북한하고 같이 하는 사업 이런 것이 대전제로 되어 있는데 이제는 이런 부분을 넘어서서 북한하고 잘 안될 때 남쪽에서 많이 준비해야 될 다양한 사업들을 플랜B로 준비하고 플랜B에 (기금을) 많이 써야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500만 달러 대납’ 쌍방울, 경기도 기금 받기로 했나

해외 도피 중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압송된 1월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뉴시스.

해외 도피 중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압송된 1월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뉴시스.

 검찰은 ‘플랜B’가 이미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대납한 쌍방울그룹에 대한 지원을 염두에 둔 구상이라고 보고 있다. 남북협력기금의 용처는 남북협력기금법과 경기도 조례 등에 규정돼 있지만, 사실상 컨소시엄 형태로 대북사업을 하려고 했던 경기도와 쌍방울 간에 기금 활용과 관련된 협의가 진행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금이 승인만 되면 유연하게 쓸 수 있어서 쌍방울도 충분히 기금을 사용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쌍방울이 2018년 12월 북측에 제시한 ‘북남협력사업’ 제안서에는 대북사업 재원 20%를 (경기도의) 남북협력기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9년 5월 지하자원개발협력사업 등 총 6가지 대북사업의 우선사업자 지위를 북한과 경기도로부터 약속받고 남북협력기금 활용에 대한 언질을 받은 것이 제3자뇌물(500만 달러 대납)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 전 부지사 사이에 이같은 협의 또는 약속 과정을 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가 모를 수 없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화영, “농업협력, 北 통일전선부 엄청난 관심”

2019년 7월 26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에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맨 오른쪽)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경기도.

2019년 7월 26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아태 평화 국제대회 리셉션 및 개회식에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맨 오른쪽)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경기도.

 이 전 부지사가 국제사회 제재를 우회해 대북사업을 하려고 했던 정황도 회의록에 담겼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7월 2차 회의에서 “농업협력분야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식공유사업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특히 제재 국면에선 앞으로 그런 걸 많이 해야겠다”며 “사업계획을 제안해 주시면 남북협력기금을 활발하게 (활용)해서 남북한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겠다. 적극적으로 도가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업협력 분야에 대해선 (북한) 통일전선부 부실장이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지식공유 차원에서 같이 제3국에서 만나 농업협력 분야에 대해 심화된 논의를 하고 합의를 해나가고 이런 것들을 미리 준비해 나가는 작업들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엔 경기도 평화조성기반과장이 참석해 식량 작물 및 유기농 재배단지 조성사업, 5000㎡ 규모의 첨단 온실 조성 등 자동화 재배시설(스마트팜 온실농장)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김희곤 의원은 “이 전 부지사가 공동위원장으로 있던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에서 남북협력기금 사용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다는 정황을 드러난 것”이라며 “쌍방울 대북송금에 경기도가 관여했다는 개연성이 커진만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은 “경기도가 말하는 스마트팜 사업은 유리 온실 사업으로 예산까지 세워놨었다”며 “북한에서 요구한 300~500세대 농림복합형 시범마을 조성은 (대북제재로) 경기도가 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불가능한 사업이었던 만큼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대납요구를 할 동기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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