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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9년 고갈 사학연금,40세 수급 시작하니 평생 10억 받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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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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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사학연금공단 전경. 사진 사학연금공단

전남 나주시 사학연금공단 전경. 사진 사학연금공단

국민연금은 2055년 기금이 소진된다는 이유로 개혁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국민연금보다 더 급한 게 있다. 바로 사학연금이다. 2020년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2029년 적자로 전환해 2049년 기금이 소진된다. 이는 중위 인구전망을 토대로 했다. 출산율과 고령화를 좀 더 비관적으로 가정한 저위 추계는 2027년 적자 전환, 2045년 기금 고갈이다. 그새 인구 전망이 나빠진 점을 고려하면 저위 추계치에 더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30대부터 연금 받는 사학연금 실태 #폐교 후 연금 받게 된 법률 덕분 #재정은 악화해 부채 170조로 늘어 #"폐교연금 없애고 실업급여로 대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연금이 사학연금이기 때문에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개혁이 늦어지면서 날이 갈수록 빚더미가 쌓여간다.

 7일 사학연금공단이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학연금의 미적립 부채가 169조 5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 103조 9720억원에서 5년 새 63.1% 늘었다. 현 수령자나 가입자에게 줄 총 연금액(193조 3310억원)에서 적립금(23조 7610억원)을 뺀 게 미적립 부채이다. 이 부채는 청년과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한다.

사정이 국민연금보다 더 급박한데도 실상은 조용하다. 5차 재정계산 때 개혁 얘기가 나오지도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공무원·군인연금은 적자가 나면 정부가 메워준다. 절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사학연금은 그런 '나쁜 조항'도 없다. 답답한 게 또 있다. 문을 닫은 유치원·학교의 교원(교사·교수)과 교직원이 30대부터 바로 연금을 탄다는 사실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34세부터 연금 받아…앞으로 4억 더  

 이종성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3월~올 1월 폐교 직후 사학연금을 받는 사람이 348명에 달한다. 이들이 311억원을 받았다. 30대부터 받은 사람이 15명, 40대부터 받은 사람이 107명에 달한다. 30대 개시자는 1인당 월평균 65만원을, 40대는 106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30대 개시자는 올 1월까지 평균 3932만원을, 40대 개시자는 8293만원을 받았다. 평균수명까지 받을 날이 창창하다.
 2018년 2월 전북의 한 대학이 폐교하면서 다음 달부터 124명이 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직원 A(39)씨는그때 34세였다. 연금액이 2021~2023년 물가상승률만큼 올라 올 1월 70만9170원을 받았다. 지금까지 59개월 동안 4387만 6310원을 받았다. A씨가 기대수명(86.6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4억원가량을 더 받게 된다. A씨는 2002년 4월~2018년 2월 보험료 4875만원을 냈는데, 본인과 학교법인이 각각 절반 부담했다.

 경북의 대학 직원을 지낸 C(51)씨는 더 많이 받는다. 월 170만원 나온다. 2012년 7월 40세에 연금을 받기 시작했고 그간 2억 4733억원을 받았다. 기대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7억 2436만원을 더 받게 된다. C씨는 1997~2012년 6월 5095만원의 보험료를 냈다. 사학연금은 그간 몇 차례 개혁하면서 지급률 등이 떨어졌는데, C씨는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을 때 가입한 덕분에 연금액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월 연금액이 5만 원대인 수급자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평균액(58만원)보다 적은 수령자가 18명에 불과하다. 348명의 월평균연금이 120만원에 달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업급여 없어서 30,40대에 받는다? 

 폐교 직후 연금을 받는 이유는 공무원연금법 규정 때문이다. 사학연금은 보험료·급여 등을 공무원연금법에 맞추게 돼 있다. 공무원연금법 제43조(퇴직연금 또는 퇴직연금일시금 등) ①항에는 '공무원이 1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퇴직연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①항4에는 '직제와 정원의 개정과 폐지 또는 예산의 감소 등으로 인하여 직위가 없어질 때'라고 돼 있다. '폐교 연금'은 ①항4의 '폐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사학연금공단 측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달리 폐교 직원은 실업급여가 없기 때문에 대신 연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종성 의원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30대부터 평생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폐교 연금'은 교직원이 사립학교에 재취업하거나 공무원·군인이 되면 중단되고 다시 가입한다. 그동안 받은 연금은 반환하지 않는다. 민간기업에 취업하면 월 소득이 일정기준(337만원) 넘을 경우 최대 50% 삭감한다.

 국회도 폐교 연금 폐지에 나섰지만, 아직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2016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이은재 의원이 발의했지만 유야무야 됐다. 이번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2020년),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지난달 16일)이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사학연금공단 측도 폐교 연금의 불합리성을 인정한다. 공단은 김철민 의원 법률안 논의 때 "구조조정·실업대책 수단(연금기능 훼손)으로 전락했고, 과도하게 연금을 일찍 받는 것은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연금제도의 취지에 배치된다"고 '폐지 후 실업급여 적용'에 찬성했다.

이종성 의원은 "저출산으로 인해 사립학교가 문을 닫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시대착오적인 조항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며 "고용보험을 적용해 실업급여 대상에 포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5년새 부채 63% 급증…대책 시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학연금 개혁도 매우 시급하다. 그나마 2016년 13개 국공립병원 교직원 2만7000명이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갈아타면서 재정이 약간의 숨통이 트였다. 당장엔 재정 수입 증가에 도움이 되겠지만 20~30년 후 연금 수령 연령이 되면 상황이 반대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4조원의 적립금이 있다고 그 누구도 40세 미만 수급자 문제(폐교 연금)나 재정 개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나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윤 박사는 "행정부에 사학연금을 전담하는 과조차 없고, 사학연금공단 직원(200명)도 2005년 국민연금 가입자에서 사학연금으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공단 직원은 국민연금 가입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말할 것 없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