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로컬 프리즘

대북전단 살포하는 탈북민의 불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익진 사회부 기자

전익진 사회부 기자

대북전단을 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대북풍선 원조’ 격인 이민복(65)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이 요즘 불안 속에 밤을 보내고 있다. 3개월여 전인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1시 20분쯤 경기 북부 접경지역 모처 자신의 집 마당에 주차해둔 5톤 트럭이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전소했기 때문이다.

탈북민 출신인 이 단장은 본격적으로 대북풍선을 날리기 시작한 2008년부터 경찰로부터 24시간 밀착 신변 보호 조치를 받고 있다. 그는 트럭 화재 후 3개월 이상 지나도록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트럭은 이 단장이 대북전단을 날릴 때 주력으로 사용했다. 트럭 하부 연료통 부근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화염을 내뿜으며 차량 전체로 옮겨붙어 트럭이 전소했다. 당시 트럭 화재로 인근 야산으로까지 불이 옮겨붙었고, 이 단장은 오전 7시쯤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 당국이 출동한 후에야 잠에서 깨어 트럭 화재를 발견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1시 20분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의 트럭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트럭이 탔다. [사진 이민복씨]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1시 20분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의 트럭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트럭이 탔다. [사진 이민복씨]

경찰은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폐쇄회로(CC) TV에서 화재 직후 배낭을 멘 남성이 황급히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현장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볼 때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라며 “대공 용의점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방화 혐의자를 찾고 있지만, 현재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단장은 대북풍선 활동에 불만을 가진 간첩이나 종북주의자의 방화로 인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단장은 그러면서 괴한이 나를 해치려 집안에 들어오려다 집에서 키우던 개들이 맹렬하게 짖어서 실패하고 차에 불을 지른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경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집 앞에서 대북풍선 살포용 트럭 등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만큼 이 단장에 대한 신변 보호를 더욱 단단히 하고 있고, 보안 시설을 보강하는 한편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지난달 말 당시 이 단장에 대한 신변 보호조치를 하고 있던 경찰의 과실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변은 “화재를 당해 대북풍선 활동에 불만을 가진 간첩이나 종북주의자 위협에 시달리던 피해자에게 큰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자들에 대한 위협은 북한방송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있었고, 북한은 실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지난 2020년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도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도록 대북전단 살포 탈북민들에 대한 각별한 신변 보호가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