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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된 동갑내기…박지원·린샤오쥔 ‘목동 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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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를 앞둔 한국의 에이스 박지원. [신화통신=연합뉴스]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를 앞둔 한국의 에이스 박지원.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달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 올 시즌 마지막 월드컵 남자 5000m 계주 결선은 한국과 중국의 라이벌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경기 내내 선두를 다투던 두 나라. 승부는 결국 마지막에서야 결정됐다. 한국 최종 주자의 왼발이 중국 선수의 오른발보다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면서 금메달은 한국의 차지가 됐다. 불과 0.05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막판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였던 양국의 마지막 주자는 한국의 박지원(27)과 중국의 린샤오쥔(27·한국이름 임효준)이었다. 올 시즌 빙판에서 팽팽한 자존심 대결을 펼친 두 선수가 국내 무대에서 다시 맞닥뜨린다. 1996년생 동갑내기로 양국을 대표하는 둘은 1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개막하는 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정상을 다툰다.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를 앞둔 한국의 에이스 박지원(위 사진). 중국으로 귀화한 동갑내기 린샤오쥔 과 맞대결을 벌인다. [중앙포토]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를 앞둔 한국의 에이스 박지원(위 사진). 중국으로 귀화한 동갑내기 린샤오쥔 과 맞대결을 벌인다. [중앙포토]

흥미로운 맞대결이다. 박지원은 뒤늦게 전성기를 맞이한 경우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이 약이 됐다. 이를 악물고 준비한 올 시즌 월드컵 1~6차 대회에서 무려 금메달 14개를 땄다. 주종목인 1500m와 1000m에선 적수가 없다는 평가다.

박지원의 주무기는 아웃코스 돌파다. 경기 막판 바깥쪽을 공략해 쏜살같이 선두로 치고 나간다. 이 주특기를 앞세워 올 시즌 남자 쇼트트랙 세계랭킹 1위와 함께 MVP 트로피 성격의 크리스털 글로브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선 허리 부상으로 빠진 황대헌(24)을 대신해 금빛 질주를 책임질 한국의 에이스로 꼽힌다.

린샤오쥔은 임효준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남자 1500m 금메달을 따며 스타가 됐다. 그러나 이듬해 진천선수촌 훈련 도중 불미스러운 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결국 한국에선 더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2020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국적을 바꾼 뒤에도 그의 행로는 순탄하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상 지난해 열린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뛸 수 없었다. 올림픽 헌장은 “귀화한 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이전 국적으로 나온 마지막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린샤오쥔은 중국 선수단과 동행하면서 적응의 시간을 가졌고, 올 시즌부터 중국 국가대표 자격으로 빙판을 누비고 있다.

박지원과 린샤오쥔

박지원과 린샤오쥔

공백은 길었지만, 기량은 여전하다. 지난달 열린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500m 결선에서 우승했다. 오성홍기를 달고 처음으로 따낸 금메달이었다. 또, 중국 선수들과 함께 한 5000m 계주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뽐내면서 한국을 위협했다.

박지원과 린샤오쥔의 라이벌 구도는 이번 대회 가장 큰 관심사다. 개막을 사흘 앞둔 7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린샤오쥔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다. 질문을 받은 박지원은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한국이 많은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세계선수권 출전 선수들은 모두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린샤오쥔도) 남다른 실력이 있는 만큼 내 기량을 100%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중국 선수단과 함께 입국한 린샤오쥔은 “다른 대회와 똑같은 대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린샤오쥔은 한국 국적으로 출전했던 2019년 이후 4년 만에 한국 무대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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