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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K조선…주문 밀려들고, 두 자릿수 가격상승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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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7일 전남 영암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길이 2.2㎞에 달하는 안벽(quay wall)에는 막바지 작업 중인 선박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야드에는 건조 중인 선박과 조립 결합 중인 블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K조선 업체들의 수주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7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58척, 21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국내 업체들은 이 중 74%인 156만CGT(34척)를 차지했다. 중국의 지난달 수주량은 17만CGT(9척·8%)에 그쳤다.

배 가격도 최근 5년래 최고 수준이다. 2019년 2월 130.56이던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 building Price Index)는 지난달 163.69에 이른다. 선종별로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한 척당 평균 2억5000만 달러(약 3250억원), 초대형 유조선은 1억2000만 달러(약 1560억원),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억1500만 달러(약 2800억원)였다. 지난해 2월 LNG 운반선의 평균 가격은 2억1800만 달러(2833억원)였다. 같은 배를 만들어도 1년 새 3200만 달러(약 417억원)를 더 버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실제로 업계의 수익성이 호전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매출 8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영업흑자 전환을 예상한다. 계획대로라면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이어진 ‘8년 연속 적자’의 고리를 끊어내게 된다. 지난해 4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 역시 자신만만하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을 중심으로 3년 6개월 치 일감을 확보해 둔 상태여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로 갈수록 고수익 선박이 건조돼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 개선세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최근의 선가 강세 현상은 철저한 시장 원리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우선 세계 1~3위 조선사(HD현대·삼성·대우)의 도크가 각각 2025~2026년까지 가득 차 있다. 현재는 2027년 인도분 계약까지 들어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이달 초 북미지역 선사와 계약한 LNG선 세 척이 대표적이다. 이 배들은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돼 2027년 12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 현대삼호중공업의 평균 가동률은 92.4%였다. 사실상 100% 가동이다. 일감이 쌓이다 보니 조선소 인근 대불산업단지 내 유휴 공장 부지에서 블록 조립 등의 작업이 이뤄질 정도다.

또 LNG나 액화석유가스(LPG)·에탄·메탄올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연료 추진선 시장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위를 보인다.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친환경 선박 수주량의 70% 이상을 K조선 3사가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반사 이익도 있다.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LNG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걱정은 있다. 일감은 늘어나는 반면, 일손은 부족해서다. 또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요동치고 있는 철강 가격도 부담 요소다. K조선 3사는 최근까지 급등한 후판 가격 탓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전체 건조비 중 20%가량을 후판이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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