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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셔틀외교 복원 본격화…일본 언론 “내주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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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관계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의 정치적 여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일 셔틀외교 재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인데 교도통신 등은 오는 16~17일로 특정했다.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이뤄지면 2011년 이후 12년 만에 한·일 셔틀외교가 다시 가동된다. 외교부가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강조한 ‘정상 셔틀외교 복원 및 과거사 문제의 합리적 해결’이라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한·일 양국은 갈등 현안 해소보단 미래 협력에 방점을 찍고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와 미래 세대의 교류 협력 방안 등이 중심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 합의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국 관계를 최악으로 이끌었던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이 도출된 만큼 양 정상이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 등 기존 표현보다 한발 나아간 관계 규정 문구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반기 내 한·일 관계 정상화 작업을 일단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일본의 수출규제 및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 상태가 해소돼야 한다.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한·일 양국은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통상 당국 간 양자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협의를 통해 수출규제가 해제될 경우 한국 정부도 지소미아의 법적 불완전성을 제거하는 조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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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오는 4월 미국 국빈방문,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나설 예정이다. G7의 경우 윤 대통령은 옵서버(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내 비판을 감수하면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밀어붙이는 주된 이유는 ‘국제 정세하에서의 한·일 협력 필요성’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강제징용 해법 발표 기자회견에서 “엄중한 국제 정세에서 한·일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호응과 협력이 없으면 자칫 쉬운 길도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은 한국 외교가 수차례 마주했던 현실이다.

2020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검토했지만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백악관을 찾아가 ‘북한에 양보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종전선언은 문재인 정부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일본은 아베 내각에 이어 기시다 내각도 “시기상조”라며 반대 의사를 피력해 결국 무산됐다. 미국의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본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패싱(passing)’하면 한국 주도의 대북 정책도 힘을 받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일본은 우리 외교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 존중 등 기본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국가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자유주의 국제 질서 유지에 공통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며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아시아 회원국으로는 양국밖에 없다는 점에서 다양한 지역과 글로벌 이슈에서 협력을 통해 윈-윈 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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