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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배상안, 최악의 외교적 패착이자 국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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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피해자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계묘늑약’과 진배없다”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당 평화·안보 대책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정부가 발표한 배상안은 일본의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외교적 패착이자 국치”라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은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오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개최한 긴급 시국선언에도 동참해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마이크 앞에서 “참으로 수치스럽다. 국가는 굴종을 하고, 국민은 굴욕을 느끼고, 피해자 국민은 모욕을 느끼고 있다”며 “전쟁범죄 일본 당국의 진지한 사과 없이,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봉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시국선언 참석은 전날 전격적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도 시국선언에 참석해 “굶어 죽어도 안 받는다. 더러운 돈은 안 받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등 참석자들이 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징용 정부해법 규탄 시국선언에 참석해 레드카드를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등 참석자들이 7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강제징용 정부해법 규탄 시국선언에 참석해 레드카드를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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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장외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장외에서 추가적인 일정을 잡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현안질의를 통해서도 정부에 파상공세를 퍼붓는다는 계획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이번에는 죽창가 타령을 거두고 제1 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반일 감정만 자극하며 문제를 악화했던 문재인 정부를 따라가지 말고 한·일 관계의 새 역사를 쓰고자 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따라가길 바란다”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인) 3자 대위변제 아이디어는 우리의 아이디어가 아니고 민주당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언급한 아이디어는 민주당 출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2019년 추진했던 방안이다. 한·일 기업(2)과 양국 정부(2)의 기부금, 국민의 자발적 성금(α)을 모아 새로 설립하는 재단을 통해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방식으로, ‘2+2+α(알파)’안으로 불렸다.

문 전 의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의 해법과 자신이 추진했던 방안의 차이에 대해 “핵심은 입법”이라고 말했다. “2018년 대법원은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와 이에 따른 위자료를 인정했다. 그런데 일본 피고기업에서 돈을 주지 않고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제3자 변제밖에 못 하는데, 이 경우 대법원 판결을 엎는 것이라 사법부와 충돌하게 된다. 이걸 입법으로 해결하자는 게 내 취지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3자 대위변제’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식은 다르다는 뜻이다. 문 전 의장은 “(현 정부의 방식은) 미래를 지향하기 위해서 과거를 얼버무리는 것이다.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너무 서두른다. 바늘을 허리에 매어선 못 쓴다”고 비판했다.

문 전 의장은 ‘2+2+α’ 안을 관철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당시 일본 조야뿐 아니라 일본 정부와도 논의했고, 양해를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우경화 경향이 컸고, 국내에서도 반일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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