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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 여학생 '독가스 테러' 관련자들 최초 검거

중앙일보

입력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사진)는 지난 6일 여학생 목표 '독가스 테러'와 관련해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엄중 대응을 강조했다. AP=연합뉴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사진)는 지난 6일 여학생 목표 '독가스 테러'와 관련해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엄중 대응을 강조했다. AP=연합뉴스

이란 당국이 여학생들을 겨냥한 의문의 '독가스 테러'에 관련된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미 CBS 등에 따르면 마지드 미르아흐마디 이란 내무부 차관은 이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이란 정보부는 그간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5개 주(州)에서 사건과 관련된 다수의 사람을 체포했다"면서 "관련 기관들이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진행 중인 조사가 마무리되면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여학생 목표 '독가스 테러' 공격에 관련된 사람이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매체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6일까지 이란 전역의 최소 60여개 학교에서 1200명 이상의 10대 여학생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들은 학교에서 원인 모를 냄새를 맡은 후 호흡곤란과 메스꺼움, 사지 마비 등의 증상을 보였다. 아직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영국의 생·화학무기 전문가 해미쉬 드브레튼-고든은 CBS에 "절대 자연 발생한 사건은 아니다"라며 "최루탄 가스가 다른 화학 물질과 결합하거나 일정량 이상의 이산화질소가 인체에 이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이란의 여학교에 대한 무차별 독가스 테러를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EPA=연합뉴스

인도에서 이란의 여학교에 대한 무차별 독가스 테러를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EPA=연합뉴스

전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엄중 대응을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독가스 공격이 입증되면 가해자들을 사형에 처하고 사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가스 테러와 관련해, 최고지도자의 공개적인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찰 당국은 그간 겨울철 난방기기 사용으로 인한 단순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추정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이 여학교에서만 이어지자 고의적인 범죄 행위 가능성을 인정했다. 미르아흐마디 차관도 이번 관련자 검거 발표 전까지 "피해 학생 대부분은 학업 스트레스와 반(反)정부 언론의 심리전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여성 주도의 '히잡 시위'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란에선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여학생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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