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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 뒷걸음질 친 1인당 국민소득, 20년만에 대만에 추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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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킹달러’의 위력에 국민의 호주머니도 가벼워졌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2661달러로 대만보다도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에 뒤처진 건 2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만2661달러로 2021년(3만5373달러)보다 7.7% 줄었다. 원화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ㆍ2150조6000억원)은 3.8% 늘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8.1% 급감한 탓이다. 지난해 달러당 원화값은 연평균 1292.2원으로 전년(1145원)대비 12.9%나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지난해 1인당 GNI 감소폭(2712달러)에서 경제 성장(실질 GDP)이 896달러, 물가(GDP 디플레이터) 상승이 437달러, 국외순수취요소소득(국민이 해외에서 번 돈) 88달러, 인구감소가 74달러 증가에 기여한 반면 원화 절하가 4207달러 감소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가 모든 상승 요인을 상쇄해버렸다는 얘기다.

1인당 국민소득은 국민의 생활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연간 명목 국민총소득(GNIㆍ명목GDP+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국내에 거주하는 총인구 수로 나눠 계산한다. 예를 들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의 연봉은 GDP에 포함되지 않지만 GNI에는 포함한다.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GNI 증가율은 -1.0%(전년 대비)로 실질 GDP 성장률(2.6%)에 훨씬 못 미쳤다. 한은은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증가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나빠지며 실질 무역손실이 커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실질 GNI가 떨어진다는 건 국민이 과거 빵 하나 사먹을 돈으로 이제 일부 밖에 못사먹게 됐다는 의미”라며 “올해 민간소비가 줄면 결국 경제 성장률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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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ㆍ정부가 자체 집계한 통계로 보면 지난해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3565달러로 한국(3만2661달러)보다 904달러 많았다. 대만에 뒤처진 건 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 2021년 UN 집계 순위로는 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4756달러로 한국(3만5373달러)보다 적었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대만의 명목 GNI가 4.6% 늘어 한국(4.0%)과 비슷하지만 원화가 달러 대비 12.9% 하락할 때 대만달러는 6.8% 하락한 게 주된 역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이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 체질에서 벗어나 반도체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한국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로 성장한 대만 TSMC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규 직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쓰고 있다.

다만 한은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가능성에 대해선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여는데 방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가 1.6%, 내년에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 부장은 “향후 2∼3년간 연평균 실질 GDP는 2% 내외 성장하고 물가(GDP 디플레이터)도 2% 안팎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과거 10년의 평균(1145원)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성장과 물가를 고려했을 때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UN 집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3만5373달러)은 세계 36위,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7위 수준이다.

국민소득 지표 악화에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 실장은 “국민들의 구매력이 이미 많이 떨어졌는데 여기서 금리가 더 오르면 빚 갚느라 소비는 더 줄어든다”며 “올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줘서라도 시장금리를 좀 떨어뜨려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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