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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쩐의 전쟁' 뛰어든 김범수, SM 인수에 절실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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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치열해지는 SM 인수전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전이 하이브와 카카오 간에 치열해지고 있는 28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SM 주가가 표시돼 있다. 2023.2.28   mon@yna.co.kr/2023-02-28 15:51:32/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치열해지는 SM 인수전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전이 하이브와 카카오 간에 치열해지고 있는 28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SM 주가가 표시돼 있다. 2023.2.28 mon@yna.co.kr/2023-02-28 15:51:32/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카카오냐, 하이브냐. 두 회사의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경영권 다툼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7일 오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SM엔터 주식 공개매수를 전격 발표하며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날 카카오는 SM엔터 주식 833만3614주를 오는 26일까지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하이브의 지난달 공개매수 가격(주당 12만원)보다 3만원 더 높다. 이를 위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최대 1조2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왜, 올해 1월초 주당 6만원 선이던 SM엔터 주식을 그 2.5배 값을 주고서라도 손에 넣겠다는 것일까.

카카오, SM엔터 1조 배팅의 이유

카카오가 이번 인수전에 1조원을 배팅한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카카오 성장의 키를 쥐고 있다고 보기 때문. 카카오는 지난해 사상 처음 연결 매출 7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 줄어든 5805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의 역성장이다.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영향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건, 카카오에서 이렇다 할 미래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 검증된 글로벌 상품, K팝: 카카오 안팎에선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위해 이번 공개매수 건을 강력히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년 내수기업’ 카카오가 해외로 나가는 데 K팝 카드가 필요하다고 본 것. 사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카카오는 해외진출 무기로 ‘오픈채팅’ 기반 메타버스를 꼽았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한국 밖에선 거의 무명에 가깝다. 이미 해외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 대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자리를 잡고 있다. 플랫폼으로 빅테크와 직접 겨루기는 어렵단 얘기다. 반면 영화·음원·웹툰 등 콘텐트는 물론 ‘K팝’은 검증된 글로벌 상품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7%다. SM엔터 인수에 성공하면 이 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

◦ IP가 필요해: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는 음원·음반을 비롯해 웹툰·웹소설, 영화·드라마·예능,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배우·가수 매니지먼트 등 콘텐트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인수합병으로 급격히 키운 몸집에 비해 ‘K팝’ 등 대형 지식재산권(IP)은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해외에서도 아직 큰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원조 K팝 기획사이자 대형 IP의 원천인 SM엔터가 절실한 이유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SM엔터 IP를 확보하면 음원 말고도 게임·웹툰이나 인공지능(AI)·메타버스·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다양한 사업으로 카카오가 가지를 뻗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패배하면 카카오·카카오엔터·SM엔터가 계획했던 각종 협력 사업 계획은 없던 일이 될 전망. 이는 SM엔터보단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측에 더 큰 타격일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쩐의 전쟁, ‘쩐’은 있나

실탄은 충분하다. 지난 1월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1조15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중 1차로 지난달 24일 8975억원을 조달했고, 나머지는 하반기 납입이 예정돼 있다. 본진 카카오에도 자금이 넉넉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4조5552억원이다. 자금력에선 하이브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앞으로는  

공개매수의 성패는 주가에 달려 있다. 이날 SM엔터 주가는 15.07% 치솟은 14만9700원에 마감됐다. 카카오가 전면전을 선포한 만큼 하이브의 반격도 예상된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부터 28일까지 SM엔터 주식 공개매수(주당 12만원)를 진행했으나 지분 0.98%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현재 하이브는 이수만 전(前)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14.8% 등을 합쳐 SM엔터 지분 총 19.43%를 보유 중. 카카오의 15만원 도발에 맞서 하이브가 다시 추가 공개매수를 선언할 경우, 지분확보 전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

다만 이 같은 쩐의 전쟁을 바라보는 카카오 주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날 SM엔터 주가가 상승하는 사이, 카카오 주가는 3.30% 하락해 6만1500원에 마감했다. 단기간 폭등한 SM엔터 주가는 공개매수 경쟁이 끝나면 내리막을 피할 수 없을 전망. 카카오가 인수전에서 승리하더라도 과도한 출혈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이렇게 강수를 두는 데는 경영진, 특히 창업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라지만 카카오가 ‘국민주’로 여겨지는 만큼 주가 관리에도 소홀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자회사 ‘쪼개기 상장’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엔터는 이르면 하반기 혹은 내년 초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SM엔터 인수가 성사되면 카카오엔터가 상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