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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비상시국선언 참여 “국가 굴종”…장외 집회로 번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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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비상시국선언에 직접 참석해 정부의 일제하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이 정부 여당을 향한 친일(親日) 공세를 한층 강화함에 따라, 다시 장외투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민주당과 정의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정의기억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과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 규탄, 피해자·국회의원·시민사회단체 긴급 시국선언’을 개최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참으로 수치스럽다. 국가는 굴종을 하고, 국민은 굴욕을 느끼고, 피해자 국민은 모욕을 느끼고 있다”며 “전쟁범죄 일본당국의 진지한 사과 없이,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봉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민이 분노하고 피해자가 분노하는 이 잘못된 해법도 아닌, 새로운 문제 야기를 윤석열 정부는 철회해야 한다”며 “과거에 잘못된 위안부 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도 시국선언에 참석해 “굶어 죽어도 안 받는다. 더러운 돈은 안 받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시국선언 참석은 전날 전격적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7일 오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강제동원 정부해법 긴급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7일 오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강제동원 정부해법 긴급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하는 해법을 발표한 전날(6일)부터 이 대표는 “가히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의 치욕이자 오점”이라며 정부와 날을 세우고 있다. 이날 오전 당 평화·안보 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국가의 자존심을 짓밟고 피해자의 상처를 두 번 헤집는 ‘계묘늑약’과 진배없다”라고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과 남관표 전 주일본대사도 참석해 윤석열 정부 비판에 가세했다.

앞서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을 통해 우리의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이 송두리째 부정당했다”라며 친일 프레임 공세를 퍼부었다.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앞세워 내부 결집을 도모하는 동시에, 체포동의안 박빙 부결 이후 위기에 처한 자신의 리더십도 재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비이재명계 일각의 사퇴 요구와 당직 교체 요구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않고 있다.

7일 오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강제동원 정부해법 긴급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7일 오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강제동원 정부해법 긴급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한편,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11일 오후 4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 무효 범국민대회를 개최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대책기구를 만들어 3·1절 기념사,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 등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야권 일각에선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장외투쟁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장외에서 추가적인 일정을 잡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현안질의를 통해서도 정부에 파상공세를 퍼붓는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감싸기 위해 공격의 화살을 정부로 돌리는데 혈안이 돼있다”고 꼬집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일본을 향해 호응을 촉구하기는커녕 반일몰이에 혈안인 민주당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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