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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 가파른 인플레…1월 실질임금 8년여만 최대, 4.1% 감소

중앙일보

입력

한 시민이 도쿄 시내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시민이 도쿄 시내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서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올해 1월에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종업원 5인 이상 업체 노동자의 물가 상승을 고려한 1월 실질 임금은 1년 전보다 4.1% 감소했다. 10개월째 하락세일 뿐 아니라 감소 폭도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실질임금은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됐을 무렵인 2014년 5월(4.1%) 이후 8년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소비세율을 인상한 시기를 제외하면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영향이 있던 2009년 12월(4.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질임금이 줄어든 까닭은 일본의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손에 쥐는 급여에서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것이 실질임금으로, 가계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준다. 명목임금에 상당하는 1인당 현금급여 총액은 1월에 27만6857엔(약 264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해 13개월째 늘었다. 하지만 실질임금 산출에 쓰는 물가(집세 환산분 제외) 상승률이 5.1%로 더 가파르게 올랐다. 일본의 1월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오르며 198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낮은 실질임금은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 특히 일본은 유례없는 ‘엔저(엔화 가치 하락)’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국민의 부담이 가중됐다. 최근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집계한 노조 요구인상률 집계치(가중평균)는 1일 기준 4.49%로 1998년(4.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해 ‘임금인상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식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월 정기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물가 상승을 넘는 임금 인상”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임금 인상을 기업에 주문했다. 우선은 일부 대기업이 임금 인상 방침을 정했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임금을 최대 40% 올렸다. 도요타자동차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으며, 게임업체 닌텐도도 기본급을 10% 올렸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가 임금 인상을 위해 더 많은 유인책을 내놓는 상황이라고 2일 전했다. 기업들에 여러 차례 임금 인상을 촉구했지만,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었다는 진단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차기 총재 내정자도 지난달 “금융완화를 계속해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임금 인상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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