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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강제징용 해법 한·일 이익에 부합”…엘리제조약 본딴 ‘尹-기시다 선언’ 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정부가 전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일 간의 미래 지향적 협력은 한·일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평화·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부터 이어온 강제징용 피해자 구제 노력부터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1974년 특별법을 제정해 8만 3519건에 대해 청구권 자금 3억달러의 9.7%에 해당하는 92억원을, 2007년 또다시 특별법을 제정해 7만8000건 대해 약 6500억원을 각각 정부가 재정으로 배상해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3·1절 기념사를 상기하며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지금은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과학기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튀르키예 지진 대응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격려 오찬에 입장하며 국군대전병원 김혜주 대위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튀르키예 지진 대응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격려 오찬에 입장하며 국군대전병원 김혜주 대위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교류 현황에 대해 “우리 국민의 방일은 코로나 전인 2018년 연간 753만명이었고, 한·일 관계가 악화된 2019년에도 558만명에 달했다”며 “일본 국민의 방한은 코로나 전인 2019년 327만 명에 달했다. 일본 국민은 코로나 여행 규제가 풀리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1위로 한국을 꼽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교역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전체 교역 규모에서 6∼7%에 이르고 우리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일본과 일본 기업의 투자 규모가 전체의 22%를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정부 발표에 대해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이 곧 경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대통령으로서 외교·안보·국방 등 모든 정책의 책임은 내게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양국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위해 양국 정부의 각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과 아울러 경제계와 미래 세대의 내실 있는 교류 협력 방안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달 중순께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윤 대통령의 16∼17일 방일 가능성을 보도하는 중이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논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한·일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는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가 방한한 뒤, 같은 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방일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복원·진전할지도 주목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면 새로운 한·일 관계를 정립하는 이른바 ‘윤석열-기시다 선언’이 도출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엘리제 조약을 모델로 한·일 신성장 파트너십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엘리제조약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서로 총을 겨눴던 독일과 프랑스가 종전 18년 뒤인 1963년에 체결한 우호 조약이다. 당시 콘라트 아데나워 독일 총리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양국 간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외교·국방·경제·교육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조약에 서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한·일 관계 개선은 대선 때 국민과 약속한 선거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공약했다.

한·일 관계 개선이 가시화하면 한·미·일 3국 간 협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세 나라 정상의 연쇄 회담도 유력하다.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윤 대통령이 4월 말께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시기와 형식, 의제 관련 논의를 매듭짓고자 5일부터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5월에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마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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