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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행동주의 펀드 견제도…혼돈속 금융권 주총 눈앞

중앙일보

입력

다음 주부터 금융권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한다.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주총에서 사실상 데뷔전을 치른다. 행동주의 펀드가 촉발한 주주환원 정책 강화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일부 금융지주 주총에서는 ‘표 대결’이 예고된 상황이다.

금융권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했다. 2022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로비에서 직원들이 KB금융지주 주주총회 참석자들을 안내하는 모습. 연합뉴스

금융권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했다. 2022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로비에서 직원들이 KB금융지주 주주총회 참석자들을 안내하는 모습. 연합뉴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7일 BNK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3일 신한금융지주, 24일 KB금융·우리금융지주, 30일 JB금융지주 등이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일부 금융지주 수장들은 주총을 통해 공식 취임한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가 주총을 거쳐 내정자 꼬리표를 뗀다. BNK금융도 빈대인 회장 내정자가 이번 주총을 통해 공식 회장 자리에 오른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회장의 경우 이미 취임은 했는데, 정기 주총에 나서는 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지주를 ‘주인없는 회사’라고 부르며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고금리에 편승해 ‘돈 잔치’를 벌였다는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금융회사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대마진 문제에 대한 해법과 비이자 이익 분야 개선, 글로벌 시장 개척 등 신사업 강화 방안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득세하는 가운데 금융지주의 주주 환원 정책도 관심이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7개 상장 은행지주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해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했다.

이중 JB금융지주와는 오는 30일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에 1주당 900원 결산 배당 등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지분 14.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하지만 JB금융지주 측은 “과도한 배당 제안은 당사 기업가치와 전체 주주 이익 증대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JB금융은 자사 주주들에게 3월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위한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공시했다. 이에 따라 JB금융지주 배당 규모는 주총에서 표 대결로 결정된다. JB금융 측은 1주당 결산 배당금 715원을 제시했다.

금융지주 회장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도 대거 물갈이가 예고돼 있다.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사외이사 총 41명 가운데 31명의 임기가 이달로 종료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우리금융은 사외이사진을 기존 7명에서 6명 체제로 바꾸고 신임 사외이사로는 2명을 추천했다. KB국민은 임기 만료자 6명 중 3명을 연임시키고 나머지 3명은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신한은 사외이사진 규모를 기존 12명에서 9명으로 줄인다. 하나는 사외이사 8명 중 2명을 신임 후보로 추천했다. NH농협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2명은 이미 사임해 공석이다.

새로운 이사진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시,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최근 불거진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 및 ‘셀프 연임’ 논란의 주 원인 중 하나로 이사회 기능 미흡을 꼽고 있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실태 점검을 시행하는 한편 감독 당국과 이사회 간 직접적인 소통을 정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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