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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15만원에 SM 주식 산다…1조원대 ‘쩐의 전쟁’ 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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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판돈’을 올렸다. 카카오는 주당 15만원에 SM 지분 35%(833만3641주)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7일 밝혔다. 앞서 하이브가 제시했던 매수가 12만원보다 25% 높은 금액이다. 투입되는 자금 규모는 약 1조2500억원이다. 이날 SM 주가는 역대 최고치인 14만9700원까지 치솟았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7일부터 26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총 833만3641주 공개 매수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연합뉴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7일부터 26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총 833만3641주 공개 매수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연합뉴스

카카오 “최대주주 지위 확보 불가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일 밤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공개매수를 결정했다. 3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신청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카카오는 정면돌파의 길을 선택했다.

이유는 SM과 안정적으로 협업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카카오는 최대주주가 된 이후에도 SM엔터테인먼트의 오리지널리티를 존중하고, 독립적 운영을 보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SM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가 SM 3.0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최적의 수평적, 전략적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카카오가 1조원 규모의 승부수를 띄운 건 SM을 통한 지식재산권(IP)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IT 기업으로서 카카오가 갖춘 기술력과 SM의 음원, 아티스트 등 IP를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는 “전 세계 엔터 산업에서 IP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거대 글로벌 콘텐트기업들은 콘텐트의 기획, 제작은 물론 직접 플랫폼 운영에도 나서며 IP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는 K컬쳐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엔터 산업 전반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SM 지분 공개매수를 발표하며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달 25~26일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SM 소속 걸그룹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는 SM 지분 공개매수를 발표하며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달 25~26일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SM 소속 걸그룹 에스파.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물량 공세로 돌파 나선 카카오

업계에선 이번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카카오가 인수전을 이어나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법원의 결정으로 지분 매입 계획이 무산됐어도, 하이브와의 자금 싸움에선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의 2022년 9월 말 가용현금은 1조1000억원 규모다. 카카오의 가용현금은 5조7000억원으로 5배 이상 많다. 여기에 지난 1월 카카오엔터가 사우디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2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자금 동원력에선 카카오가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현금흐름과 1분기 신규 차입금 3200억원까지 더하면 1조원 후반대가 (하이브의) 최대 자금동원능력으로 판단된다”며 “카카오가 SM 인수에 총력전으로 임할 경우 하이브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이번 공개매수로 목표한 물량을 확보할 경우 SM 지분 약 40%를 보유하게 된다. 이미 카카오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SM 지분 4.91%를 장내 매수했다. 특히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감일인 지난달 28일에 거래가 몰렸다. 카카오는 이날 주당 12만원대에 전체 주식의 4.43%(105만4341주)에 해당하는 지분을 사들였다. 앞서 SM의 주가가 13만원대로 오른 지난달 16일에도 한 기타법인이 주식 총수 2.9%에 달하는 지분을 매입했다. 하이브는 카카오나 SM이 공개매수를 방해할 의도로 시세를 조종했다고 보고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카카오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심하는 하이브, 반격 나설까

하이브 측은 “카카오의 공개매수 내용을 확인하고 내부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이브는 최근 경영진을 중심으로 카카오에 대항할 실탄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하이브는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정해 국내외 엔터기업과 투자사를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선 상태다. 또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에 진출할 때 구축했던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미국 투자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의 주요 주주인 넷마블이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하이브가 투자 유치에 성공해도 실제 자금 조달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당장 더 높은 가격을 부르긴 어려울 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올해 연말 상장을 목표로 하는 카카오엔터가 그룹 전체 역량을 동원해 인수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하이브 입장에선 부담이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에게 SM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지만, 카카오엔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매물”이라며 “하이브의 추후 대응이 나오더라도 카카오가 쉽게 SM을 넘겨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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