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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 뒤쳐질라" 초등 의대반까지...사교육비 작년 또 2조 껑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애들 나이에 ‘0’하나 붙인 게 학원비라는 것도 옛말이에요. 요즘 초등학생은 원래 나이에 2~3살 더한 다음에 ‘0’ 붙여야 그나마 맞아요.”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이모(43)씨는 올해부터 안 쓰던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원래 아이가 다니던 영어·검도 학원에 수학을 추가하면서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변 학부모들은 논술·코딩 학원도 보내라는데, 그럼 월 12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씨는 “초등 의대반도 있는데, 우리 애만 뒤쳐질까 조급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뒤쳐질까봐”…자녀 적을수록, 어릴수록 사교육 더 썼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교육부·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26조원이었다. 지난 2021년과 비교해 학생 수는 4만명이 줄었는데, 지출 총액은 2조5380억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도 41만원으로 전년도보다 4만3000원(11.8%) 늘었다. 코로나19로 학원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던 2020~2021년을 제외하면 2007년 조사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초등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는 37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4만4000원(13.4%)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도 85.2%로 1년새 3.2%포인트 높아졌다. 중·고교생보다 사교육비와 참여율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초등학생의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도 7.4시간으로 전년 대비 0.6시간 늘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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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초등학생의 사교육 증가 원인으로 '학습결손 우려'를 꼽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때 초등학생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며 학습결손을 많이 겪었다”며 “출발선에서 학습결손을 보충하지 않으면 중·고교에 진학해서도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적으로 초등학생 사교육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있다”고 했다.

자녀수가 적을수록 사교육에 투자하는 액수도 커졌다. 자녀가 1명인 가구의 1인당 월 사교육비는 46만1000원, 2명 가구는 43만원, 3명 이상은 32만원이다. 전년 대비 증가폭도 자녀가 1명뿐인 가구가 4만9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자녀가 한 명밖에 없으니 올인하게 된다.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기대 수준이 비지니스 혹은 퍼스트클래스 서비스인데, 지금 공립학교는 이코노미 수준이니까 추가로 별도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맞벌이 사교육 참여율 80.2%…“애 맡길 곳 학원 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모 경제활동 상태로 보면 맞벌이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가장 높았다. 1인당 월 사교육비는 맞벌이 가구가 43만2000원으로 외벌이 가구(38만9000원)보다 많다. 맞벌이 가구가 소득 수준이 더 높기 때문일 수 있지만, 교육비를 위해 맞벌이를 선택하는 가구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교육 참여율도 맞벌이가 80.2%로 외벌이 76.9%보다 높았다.

맞벌이 가구의 사교육 선택 이면에는 ‘돌봄 실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생의 경우, 18%가 국어·수학 등 일반교과 사교육의 목적이 '보육·친구사귀기'라고 답했다. '진학준비'(6.1%) 때문이라는 응답보다 많다. 맞벌이 부부인 김모(38)씨는 “4~5개 학원은 돌려야 겨우 퇴근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사교육 디바이드' 더 벌어졌다…소득 따라 월 47만원 차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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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지출과 참여율은 모든 계층에서 증가했지만 '사교육 디바이드'는 여전했다. 최저 구간인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1인당 월 사교육비는 17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2만원(12.2%) 증가했다. 최고 구간인 800만원 이상 가구의 경우 64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5만5000원(9.2%) 증가했다. 소득 최저·최고 구간의 사교육비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장은 “저소득층도 돌봄이 필요하고, 대학 서열에 따라 채용·임금격차가 발생한다는 사회 인식이 만연한 상황에서 사교육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총은 “정부의 기존 사교육비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사교육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도 “정부와 교육당국의 실패”라며 “입시경쟁 완화, 방과 후 프로그램 마련, 사교육 물가 정책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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