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술도 없이 월 1000만원 벌었다…청년들 빠진 고액알바 덫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마약판매조직 지시를 받아 도심 곳곳에 마약을 숨긴 10~30대 청년 10여명이 검거됐다. 일명 ‘드라퍼’로 불리는 이들 마약 운반책은 “최대 월 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 소분해 도심 곳곳 숨겨

마약판매조직의 마약운반책(드라퍼)가 도심 주택가 창틀에 은닉한 마약. 사진 경남경찰청

마약판매조직의 마약운반책(드라퍼)가 도심 주택가 창틀에 은닉한 마약. 사진 경남경찰청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국에 필로폰, 케타민, 합성 대마 등을 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마약 운반책 18명을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 중 20~30대가 14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마약 운반책(드라퍼)은 판매조직으로부터 마약류를 건네받아 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 주택가 가스 배관이나 창틀 아래 등 은밀한 장소에 숨겨뒀다. 이를 ‘던지기’ 수법이라 한다. 이들은 최초 드라퍼가 검거된 지난해 2월부터 길게는 1년 짧게는 4개월가량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드라퍼는 사전에 마약판매조직 연락을 받고 야산 등에 숨겨놓은 30~50g 마약류를 확보했다. 이어 이 마약을 주택ㆍ모텔 등 숙소에서 계량기로 0.14g, 0.5g, 1g 등으로 나눠 비닐ㆍ테이프로 포장해 은닉했다. 하루에 70~80개 정도 ‘던지기’ 했다고 한다. 판매조직은 드라퍼가 사전에 숨겨둔 마약류를 구매자들로부터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받고 팔았다.

건당 1~3만원…최대 월 1000만원 번다

마약판매조직이 마약운반책(드라퍼)에게 공급하기 위해 야산에 은닉한 마약. 사진 경남경찰청

마약판매조직이 마약운반책(드라퍼)에게 공급하기 위해 야산에 은닉한 마약. 사진 경남경찰청

이번에 검거된 드라퍼들은 인터넷과 텔레그램 등에 홍보한 ‘고액 알바’ 구인광고를 보고, 마약판매조직을 찾았다. 판매조직은 이들에게 마약을 은닉할 때마다 건당 1~3만원(0.14g~1g)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주급 350만원~400만원, 많게는 월 1000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했다.

검거된 드라퍼 중 상당수는 인터넷 도박 중독, 과다한 개인 채무 등으로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 드라퍼는 경찰 조사에서 “급전이 필요한데, 1달에 1000만원 정도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며 “이러니 다른 일을 어떻게 하냐”는 취지로 진술했다.

근무수칙ㆍ적립급 체계적 관리…경찰 “알바 아닌 ‘정직원’ 채용”

마약판매조직은 이들 드라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조직은 드라퍼를 고용할 때 신분증ㆍ주민등록등본 등 개인정보를 텔레그램으로 받아 보관했다. 이는 수사기관에 신고를 못하게 하기위한 목적이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마약판매조직은 드라퍼를 테스트하기 위해 3~10일간 ‘수습 기간’도 뒀다. 판매조직은 이 기간 수습 드라퍼에게 샘플 마약, 설탕 등 가짜 마약을 지급,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제대로 은닉해 보고하는지 확인했다. 근무수칙도 있었다. 근무시간에 10분 이상 늦으면 1차 10만, 2차 30만원, 3차 50만원, 4차 100만원의 벌금을 받겠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5차에는 ‘퇴사 처리’한다.

경찰이 압수한 마약운반책(드라퍼)의 마약과 이를 소분하기 위한 계량기. 사진 경남경찰청

경찰이 압수한 마약운반책(드라퍼)의 마약과 이를 소분하기 위한 계량기. 사진 경남경찰청

드라퍼 급여 가운데 20%가량은 적립금으로 쌓아둔다고 했다. 드라퍼로 활동하다 검거될 때 변호사 비용, 구속 시 영치금으로 쓰기 위해서다. 하지만 검거된 드라퍼 중 실제 적립금을 받은 이들은 없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마약판매조직이 과거 마약 운반책을 ‘알바’ 형식으로 채용했던 것과 달리 일반회사 ‘정직원’과 유사하게 채용ㆍ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매자 82명…대부분 20~30대

경찰은 마약 구매자 82명도 검거했다. 이들은 유흥주점ㆍ펜션ㆍ파티룸에서 유흥과 스트레스 해소, 그리고 호기심 목적으로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20~30대가 67명으로 대다수였다.

최근 인터넷·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비대면 마약 유통이 증가, 10~30대 젊은층에서 마약을 구매하거나 판매조직 운반책으로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2019ㆍ2020년에는 30대, 2021년에는 20대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마약류 사범은 2012년 38명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450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