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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등 한국작가 4... '아동문학계 노벨상',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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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 시상식이 있었다. 이 행사에서 한국 그림책 4편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오페라 프리마 부문에서 미아 작가의 『벤치, 슬픔에 관하여』(스튜디오 움), 만화(중등·만 9~12세) 부문에서 김규아 작가의 『그림자 극장』(책읽는곰)과 5unday(글)·윤희대(그림) 작가의 『하우스 오브 드라큘라(House of Dracula)』(5unday) 등 4편이 우수상을 받았다.

1966년 제정된 볼로냐 라가치상은 이탈리아에서 매년 3월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책 도서전인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픽션·논픽션·뉴호라이즌(새롭고 혁신적인 책)·오페라 프리마(작가의 첫 작품)·포토그라피(사진활용 그림책)·만화(만 6~9세/만 9~12세/만 13세 이상) 부문으로 나누어 각각 대상 1권과 우수상(스페셜 멘션상) 2∼3권을 선정한다.

올해는 전 세계 59개국 644개 출판사에서 2349개의 작품이 출품됐는데, 한국 그림책은 지난 2004년 첫 입상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라가치상을 수상해왔다. 지난해에도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비룡소)와 최덕규 작가의 『커다란 손』(윤에디션)이 픽션과 논픽션 부문에서 각각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수상작 중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를 출판하고 이탈리아 현지 시상식에 참가한 NC소프트의 구자영 ‘웃는땅콩’ 기획실장은 “텍스트만 있는 어른들의 책과는 달리 아이들의 그림동화책에는 단순하지만 계속 다른 상상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엔씨(NC) ‘웃는땅콩’ 기획실은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축적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자체 개발한 외국어 프로그램인 엔씨콩콩(NC CONGCONG) 커리큘럼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총 12권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1년에 두 권 정도 출판하는 셈인데, 동화책 제작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면모도 색다르다. 이지연 작가처럼 이미 알려진 동화책 작가도 있지만, 『나는 누굴까?』를 낸 동양화가 허달재 화백처럼 70 평생에 처음 동화책을 만들어본 작가도 있다. 동화책의 제작 형태나 소재도 매번 다르다.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이번에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 역시 독특하다. 『이사가』는 마당에서 개미들이 줄지어 가는 행렬과 그 과정의 모험을 담은 그림책이다. 초콜릿 포장을 벗기듯 납작한 상자를 열면, 긴 병풍(또는 아코디언) 형태의 책이 펼쳐지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줄지어 이사를 떠나는 개미들의 여정을 관찰할 수 있다. 모든 페이지를 다 펼치면 한 장의 거대한 파노라마를 보는 듯한데, 아주 작은 개미들의 모습을 담느라 인간(정원에서 놀다가 개미떼의 행렬을 지켜본 아이)은 발 정도만 나온다. 마치 인간과 곤충처럼 작은 존재가 함께 어우러진 거대한 우주를 보는 듯 신비롭다.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2023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스페셜 멘션상)을 수상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NC소프트) 그림책. 사진 NC소프트

볼로냐 도서전의 심사위원단도 ‘이사가’의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호평했다.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은 도서의 창의성과 예술성, 내용의 편집이 우수한 작품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볼로냐 도서전 심사위원들은 “세상에 시선을 돌리기에 너무 작은 것은 없다. 사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이 책은 작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초대한다”며 “고품질의 백지(한지) 위에 오렌지와 검정 두 가지 색만 이용해 정교하게 디자인된 책 커버와 디자인이 놀랍도록 아름답다”고 평했다.

물론 그만큼 비용도 들고 까다로운 출판이었을 터. 구자영 실장은 “아이들은 같은 책을 읽더라도 매번 다 다르게 느낀다고 하더라. 일러스트 인물의 머리색에 꽂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종이질감에 혹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확실히 어른들과는 책을 보는 방법이 다르다”며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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