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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 美서 매카시 하원의장 만난다…中 군사위협 의식”

중앙일보

입력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다음 달 초 중미 순방길에 미국을 찾아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회동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당초 매카시 의장이 다음 달 대만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방문이 성사될 경우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과격한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같은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8월 3일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손을 흔들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 하원의장으로선 25년 만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은 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섰다. 후임자인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성사되면 중국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만 측이 차이 총통의 방미에 맞춰 회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8월 3일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 손을 흔들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 하원의장으로선 25년 만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은 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섰다. 후임자인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성사되면 중국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만 측이 차이 총통의 방미에 맞춰 회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이 대만의 안보 우려 때문에 미국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대만 측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피하기 위해 대만이 아닌 미국에서의 회동을 원했다고 한다.

차이 총통은 다음 달 초 중미 수교국인 과테말라ㆍ벨리즈 순방길에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을 찾아 기념 축사를 할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현지에서 매카시 의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만 총통의 순방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게 없다”고 답했다. 이어 “대만 총통은 과거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대만에 문의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매카시 의장 측도 차이 총통과 회동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은 취임 전부터 하원에 중국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다. EPA=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은 취임 전부터 하원에 중국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다. EPA=연합뉴스

대중국 강경파인 매카시 의장은 지난해 여름 자신이 하원의장에 취임할 경우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미 정가에선 하원의장 취임 석 달이 되는 다음 달 방문설이 정설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이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미 하원의장으로선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하자 대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고강도 군사 위협을 감행했다.

이와 관련, 대만의 한 고위 관계자는 FT에 “(차이 총통 측이 매카시 의장 측에게) 중국공산당이 최근 들어 어떤 위협을 가하는지 상세한 정보를 건넸다”며 “베이징이 과거보다 훨씬 더 비이성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같은 대만 측의 설득으로 “타이베이가 아닌 캘리포니아에서의 만남이 추진됐다”는 얘기다.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지 이틀 뒤인 지난해 8월 5일 중국 국방부가 공개한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 중국 국방부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지 이틀 뒤인 지난해 8월 5일 중국 국방부가 공개한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 중국 국방부

실제로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군사 행동에 나서기 위해) 외국 고위 관료의 대만 방문이나 다른 국가와의 군사교류 등 빌미를 찾고 있다”며 “(빌미만 있으면) 갑작스러운 침입을 감행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만남이 이뤄질 경우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차이 총통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7월 카리브해 4개국 순방에 맞춰 미국을 찾았으나, 당시 미 정치권 고위 인사와 만나지는 못했다.

차이 총통의 4월 초 방미가 확정되면 내년 1월 대만 대선에 나설 집권 민진당 후보 확정(4월 12일)을 앞두고 이뤄지게 된다. 재선인 차이 총통은 3선 제한 규정에 따라 내년 대선에 나서지 못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을 정도로 여론이 악화돼 있기 때문에 외교적 성과를 내기 위해 방미를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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