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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보다 WBC가 먼저… 스윙 폼 고민 털어낸 이정후

중앙일보

입력

6일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캐치볼을 하는 이정후. 뉴스1

6일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캐치볼을 하는 이정후. 뉴스1

메이저리그보다는 태극마크가 먼저다. 야구 대표팀 간판타자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정후는 지난해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을 기록하며 타격 5관왕(타율·출루율·장타율·타점·최다안타)로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이번 겨울 대대적인 타격폼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올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염두에 둬서였다.

MLB 투수들은 KBO리그보다 빠르고, 움직임이 심한 공을 던진다. 강속구를 때릴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이정후와 키움에서 함께 뛴 김하성이 좋은 예다. 김하성은 국내에선 레그킥(타격시 힘을 더 싣기 위해 다리를 드는 것)을 동반한 호쾌한 스윙을 했으나 토탭(발을 붙이고 치는 것)으로 변화를 줬다. 나중엔 다시 레그킥을 했지만, 대신 발을 예전보다 좁게 벌리고 예비동작 때 팔을 낮추는 등 스윙 폼을 간소하게 만들었다.

이정후의 타격 준비 자세. 예전보다 보폭이 줄고, 배트를 든 손의 위치가 낮아졌다. 연합뉴스

이정후의 타격 준비 자세. 예전보다 보폭이 줄고, 배트를 든 손의 위치가 낮아졌다. 연합뉴스

이정후 역시 같은 선택을 내렸다. 배트를 쥔 손을 귀까지 올렸지만, 이제는 어깨 정도로 낮췄다. 스윙하기 전 배트를 뒤쪽으로 빼는 테이크백 동작을 줄이려는 의도다. 보폭도 줄였다. 투수 쪽으로 향한 오른발을 뒤로 뺐다가, 앞으로 나가면서 때리던 동작도 가다듬었다.

이정후는 "매년 조금씩 바꿨지만, (이렇게 많이) 바꾼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이라며 "하성이 형의 조언을 참고했다. MLB에 가면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정후는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다.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까지 거의 매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포스트시즌도 여러 차례 나가 단기전이 익숙하다. 다만 시즌 개막 전인 3월에 열리는 대회 출전은 처음이다. 베테랑 선수도 평소보다 빨리 몸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박찬호 해설위원은 "다른 때보다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게 WBC가 어려운 점"이라고 짚었다.

6일 오사카 버펄로스와의 경기에서 안타를 때리는 이정후. 뉴스1

6일 오사카 버펄로스와의 경기에서 안타를 때리는 이정후. 뉴스1

'변화'와 '낯섬'을 동시에 맞닥들인 이정후의 타격감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 소집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뒤 "공도 제대로 못 맞힌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3일 고척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 퓨처스(2군)팀과 연습경기에서도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이정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펄로스와 공식 평가전에 3번 타자로 출전해 멀티히트(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힘들이지 않고 좌익수 방면으로 밀어쳐 안타를 생산했다. 이정후를 상대한 오릭스 선발 투수 구로키 유타도 "직구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훌륭한 선수라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정후는 7일 한신 타이거스전도 3번 중견수로 나선다.

지난 4일 일본으로 떠난 이정후의 모습. 뉴스1

지난 4일 일본으로 떠난 이정후의 모습. 뉴스1

일본 현지 매체들도 이정후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가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뛰던 1998년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지난 5일 첫 훈련 당시 이정후가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자 일본 취재진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 방송사가 숙소에서 이정후가 통화하는 모습을 원거리 촬영하는 소동도 있었다.

이정후는 머리 속에서 MLB를 지운 듯 하다. 6일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정후는 "최대한 편한 폼으로 좋은 타이밍에 스윙하려 한다"고 했다. 대표팀 경기를 위해 미래를 위한 변화보다는 WBC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이정후는 "더는 타격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를 내야 하는 대회라 좋은 타격폼으로 쳐야 좋은 결과를 낸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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