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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기온 5도 오를때, 당신의 정자는 931만마리 죽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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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을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포착했다. [중앙포토]

정자와 난자의 수정 순간을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포착했다. [중앙포토]

최근 3개월 사이에 더위에 노출됐던 남성은 정액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구 기온이 상승하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직접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 광둥성 불임병원과 중산대 공중보건대학원 등 연구팀은 최근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6~2021년 사이 광둥성 정자은행에 정자 기증을 지원한 남성 1만1050명(평균 연령 25.5세)을 대상으로 사정 전 노출된 기온과 정액의 질 사이의  관련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다.
노출된 기온은 국립기상정보센터의 측정치와 거주지 주소로부터 얻었다.

사람 정자 발달에 90일 걸려 

중국 광둥성 지역의 계절별 평균 기온 분포. [자료: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3]

중국 광둥성 지역의 계절별 평균 기온 분포. [자료: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3]

사람 정자의 발달은 약 9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정액의 질에 대한 환경 역학 연구에서는 정액 채취 전 90일의 노출 기간을 고려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분석 결과, 사정 전 0~90일 동안 노출된 기온과 정액의 질 악화는 거의 선형적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높을수록 정액의 질은 그만큼 더 떨어졌다는 의미다.

대상자들이 사정 전 0~90일 사이에 노출된 평균기온은 24.4도였고, 개인에 따라 90일간 평균 노출 기온이 10.9도에서 30.8도 사이였다.

5도 오르면 정자 931만 마리 줄어

평균 노출 기온에 따른 정액의 질. 기온이 상승할 때 정액의 질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에서 감소 현상이 선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료: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3]

평균 노출 기온에 따른 정액의 질. 기온이 상승할 때 정액의 질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에서 감소 현상이 선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료: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3]

평균 노출 기온이 5도가 상승할 때마다 정자 농도는 mL당 평균 311만 마리 감소했고, 전체 정액 속의 정자 숫자도 931만 마리가 감소했다.

또, 5도가 상승할 때마다 정자의 운동성은 1.27% 감소했고, 전체 운동성 정자 숫자도 820만 마리가 줄어들었다.
정자의 전진성(progressive motility)은 1.37% 감소했고, 정상 형태의 정자 비율도 0.67% 감소했다. 전체 정상 형태의 정자 숫자는 450만 개가 줄었다.

아울러 정액 수집 70~90일 전의 고온 노출은 정자 숫자 감소와 형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정액 수집 10~14일 전의 고온 노출은 정자 운동성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높은 기온에 노출되면 정자 형성 동안에 최적인 고환 온도(심부 체온보다 2~4도 낮은 체온)를 유지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상승한 고환 온도는 생식 세포 사멸, DNA 손상, 활성 산소 종(ROS)의 과도한 생성으로 인한 정자 형성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신 확률 높이려면 90일 간 고온 피해야

중국 정자은행에서 운영하는 저장용 액체 질소 탱크. [사진 바이두 캡처]

중국 정자은행에서 운영하는 저장용 액체 질소 탱크. [사진 바이두 캡처]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주변 온도가 높을수록 일관성 있게 정액 질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임신을 위해 더 나은 정액의 질을 유지하려면 사정 전 0~90일 동안, 특히 70~90일 전과 10~14일 전에는 높은 온도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노출되는 온도 분포가 지역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를 다른 지역 인구에 적용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고, 지역별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전 지구적 기후 변화 시나리오 하에서 기온이 정액의 질에 미치는 악영향은 최근 공중 보건에 대한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18년 영국의 이스트앵글리아대학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폭염이 곤충 생식에 영향을 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밀가루에서 자라는 벌레인 거짓쌀도둑거저리(Tribolium castaneum) [자료: 위키피디아]

밀가루에서 자라는 벌레인 거짓쌀도둑거저리(Tribolium castaneum) [자료: 위키피디아]

밀가루에서 자라는 벌레인 거짓쌀도둑거저리(Tribolium  castaneum, flur beetle)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영국 연구팀은 5일 동안 5~7도 높은 폭염에 노출한 결과 수컷의 정자 생산, 정자의 경쟁력을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 교미 후 암컷이 몸에 저장하고 있던 정자도 폭염에 손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폭염에 노출된 수컷의 후손, 혹은 폭염에 노출된 정자에서 태어난 자손은 생식 잠재력이나 수명이 감소하는 현상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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