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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억→45억→58억→계약취소…현대 아파트 집값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 이남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 이남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5월 58억원(4층)에 계약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6·7차 아파트 전용 169㎡가 7개월 만인 지난달 14일 돌연 계약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최근 최고가로 거래했다고 신고한 이후 한참 뒤에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높은 가격에 실거래가 이뤄졌다고 허위로 신고 한 후 취소하는 ‘집값 띄우기’ 목적의 허위신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169㎡는 지난해 2월 50억원(11층)에 거래된 뒤 넉 달 뒤인 5월 8억원이 뛴 58억원(4층)에 거래 신고됐다. 이후 같은 해 6월 55억원(5층), 12월 45억원(14층) 등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는 2월 4일 49억9000만원(11층)에 거래된 뒤 열흘 후인 14일 58억원(4층)에 다시 거래됐다. 13억원이 하락했다 다시 13억원이 올랐는데 불과 7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5월 58억원에 거래된 집과 올해 2월 58억원에 거래된 집이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거래가 7개월 뒤 취소되고 다시 등록된 정확한 사유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동·층 여섯 가구의 등기부등본을 전부 확인해보니 지난해 5월 이후 소유권의 변동은 없었다. 그는 “짧은 기간 롤러코스터를 탄 듯 실거래 가격이 요동치면서 시세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6일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부동산 거래 취소 현황’자료에 따르면 계약해제의무신고가 시행된 2020년 2월21일부터 지난 1월31일까지 전국 아파트의 계약신고해제 건수는 8만3312건으로 전체(163만7246건)의 5.09%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는 조사 기간 12만9366건 가운데 5298건이 취소돼 전체의 4.10%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집값이 폭등했던 2021년 거래 취소 건 가운데 최고가는 50.2%(1473건 중 740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29.1%(652건 중 190건)로 줄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 이런 계약 취소 건의 사유를 살펴보니, 석연치 않은 점이 확인된다. 6일 홍기원 의원이 국토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역별 최고금액으로 신고한 뒤 취소한 전국의 아파트 거래 3049건의 취소 사유를 분석한 결과▶당사자 변심이나 사정으로 합의 또는 일방 해제(14.6%·445건)▶매수자의 잔금 부족(7.3%·223건) 등 계약을 아예 취소한 사례가 전체의 21.9%(668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계약서를 작성할 때 거래금액의 10%가량을 계약금으로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라며 “매도자 또는 매수자의 단순 변심 때문에 계약을 취소할 경우 계약의 관례상 배액 배상(계약금의 두 배를 배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런데도 계약을 취소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단지에서도 이런 사례가 포착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는 2021년 9월 50억원(13층), 그해 12월 49억원(3층), 이듬해 1월 49억원(3층)에 거래 신고 됐지만 3개월가량 후에 모두 계약이 취소됐다. 결국 해당 면적은 지난해 4월 54억원(18층)에 거래됐는데, 2021년 9월 46억원(8층) 거래 이후 7개월 만에 8억원이 껑충 뛴 가격에 거래된 셈이 됐다.

다만 국토부가 분석한 거래 취소 사유를 보면 ▶공동명의를 위한 매수자 추가(20.9%·637건) ▶거래당사자의 명의 변경(8.7%·265건) ▶공동중개 공인중개사 누락(5.3%·162건) 등도 많았다. 이런 경우 대부분 곧바로 취소 후 재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라도 주택 실수요자의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된 실거래 가격이 곧 시세로 작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뒤 취소된다고 해도 시세는 이미 과대평가된 이후라는 것이다. 또한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부동산 가격 지수가 왜곡될 우려도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는 이달부터 오는 7월까지 5개월간 실거래가 띄우기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지난해(1~12월) 아파트 거래 중 실거래가 등록 후 오랜 시간이 지나 계약을 해지한 경우, 특정인이 반복해 신고가 거래 후 해제한 경우, 투기지역에서 고가로 등록한 후 해지한 경우 등이 대상이다.

계약서 존재 여부, 계약금 지급·반환 등 확인을 통해 허위로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대상 1만1203건 가운데 위법 의심 사례가 5030건으로 나타났으며, 거짓신고 등이 의심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조치를 요구한 사례가 200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기원 의원은 “현재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계약후 거래 취소는 ‘실거래 띄우기’와 같은 부동산 시세조작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느슨한 부동산 거래 취소 보고절차를 정교하게 가다듬어 취소 사유를 정확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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