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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청 예산 얼마길래…"알짜기업 못잖다" 지차제 유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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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직접 서명하고 있다.이날 공포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오는 6월 국가보훈처는 '부'로 격상되고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이 신설된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직접 서명하고 있다.이날 공포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오는 6월 국가보훈처는 '부'로 격상되고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이 신설된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에서 신설되는 재외동포청을 유치하기 위한 광역자치단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천과 광주는 시장이 직접 나서 정부를 설득하며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재외동포청은 730만명의 해외 동포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조직으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며 출범 절차를 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재외동포청은 그동안 재외 동포 관련 업무를 맡아온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을 해산하는 대신 그 기능을 확대해 청 조직을 만드는 방식으로 신설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고,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서명하는 공개 행사를 열며 이들 기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각 자치단체도 재외동포청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있다. 약 150~200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쓸 재외동포청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직접 고용된 인력과 그 가족이 가져다주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뿐 아니라 재외동포청에 드나드는 수많은 해외 동포의 지역 방문 효과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웬만한 알짜배기 기업을 유치하는 효과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미 지역 간 경쟁은 시작된 상황이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은 9일 오전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해 인천과 광주가 각각 개최하는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는다. 17·18·19대 국회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던 두 사람이 신설 기관 유치를 놓고 자존심이 건 싸움을 하는 모양새다.

유 시장은 지난해 8월 외교부가 재외동포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업무보고를 듣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설득하는 등 오랫동안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인천이 강조하는 건 인천국제공항과의 거리다. 재외 동포가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곧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있고, 서울 외교부 청사로 이동할 수 있는 대중 교통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또 인천이 세계 해외 동포 경제인의 모임 ‘세계 한상인 네트워크’의 구심점이란 점도 내세우고 있다.

배준영(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2일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재외동포청의 인천 영종도 유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배준영 의원실 제공

배준영(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2일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재외동포청의 인천 영종도 유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배준영 의원실 제공

인천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적극 뛰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의원이 특히 앞장서고 있다. 배 의원은 “인천해양수산청이 개발 중인 한상드림아일랜드 100만평 부지에 공지가 있다”며 “김성범 인천해양수산청장을 만나 그곳에 재외동포청을 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지난해 11월엔 박진 외교부 장관을 찾아가 유치를 건의했고, 당시 박 장관은 “재외동포청과 관련해 국회의원이 찾아온 건 처음”이라고 화답했다고 배 의원은 전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출신의 국민의힘 윤상현(인천 미추홀) 의원도 외교부 인맥을 총동원해 유치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9일 국회서 열리는 인천시 주최 재외동포청 유치 간담회는 배 의원과 윤 의원 등 여당 의원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정일영 의원도 참석해 한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같은 날 광주시가 재외동포청 등 공공기관 이전 촉구를 위해 국회에서 개최하는 간담회에 참석한다. 앞서 광주광역시는 지난달 23일 외교부에 재외동포청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다. 강기정 시장은 중앙일보에 “외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조성된 다른 지역과 달리 광주 고려인 마을은 경제난과 차별을 피해 이주한 고려인 동포가 모여 조성된 곳”이라며 “그만큼 재외동포 지원을 위한 풍부한 인프라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재외동포청 입지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강 시장은 광주에 부처 본부급 규모의 정부 기관이 전무하고, 공공기관도 현저히 적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재외동포청 유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지역구에 고려인 마을이 있는 이용빈(광주 광산갑) 의원이 유치전에 발벗고 나섰다. 이 의원은 “인천, 안산에 이어 광주는 이주민 유입이 많은 곳”이라며 “광주 고려인 마을 사례에서 보듯 광주는 공동체의 결속력이 높고 이주민과 공존하는 문화가 탄탄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와 함께 재외 동포 민간네트워크의 적극적 협력을 끌어내는 등 ‘광주가 제격’이란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힘쏟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재외 동포로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취업과 교육, 의료 등에서 소외받는 11개국 출신 고려인을 위해 이른바 ‘재외동포 포용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프리랜서 장정필

유치전에는 광주와 인천만 뛰어들고 있는 게 아니다. 경북 경주와 충남 천안도 경쟁에 나서고 있고, 해외동포재단이 있던 제주도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외청 형태로 재외동포청을 두게 될 외교부 내부에선 부처 내 업무 효율성을 위해 재외동포청을 서울에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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