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바마 버거'는 망했는데…버거 '1호점' 냈다하면 강남대로, 왜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341, 452, 463, 435-.

차례대로 파파이스 1호점과 쉐이크쉑 1호점, 슈퍼두퍼 1호점, 그리고 오는 6월 문을 열 예정인 파이브가이즈 1호점의 도로명 주소다.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강남대로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 특성과 오픈 초기 줄 세우기로 홍보 효과를 노리는 출점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점 강남 오픈  

한화갤러리아는 미국 유명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점이 6월 말 문을 연다고 6일 밝혔다. 국내 첫 점포는 강남대로 435에 들어설 예정으로, 매장 규모는 618㎡(184평)다. 2개 층으로 좌석은 150여개다.

미국 유명 버거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오는 6월 말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1호점을 연다. 사진 한화갤러리아

미국 유명 버거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오는 6월 말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1호점을 연다. 사진 한화갤러리아

파이브가이즈 국내 도입은 한화가(家) 3남이자 그룹 유통부문을 전담하게 된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도맡아 추진한 첫 번째 작품이다. 미국 3대 버거로 알려진 유명 브랜드인 데다, 오너가 직접 챙기는 프로젝트로 1호점 위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당초 후보지로는 갤러리아백화점의 안방이자, 과거 맥도날드 1호점이 있었던 압구정동부터 광화문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보다 많은 고객에게 파이브가이즈를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를 담아 다양한 연령층이 모이는 강남역에 점포를 열게 됐다”며 “국내에서 하루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오른쪽)과 윌리엄 피처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더플라자에서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 추진을 위한 약정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화갤러리아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오른쪽)과 윌리엄 피처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더플라자에서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 추진을 위한 약정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화갤러리아

‘버거 격전지’ 된 강남대로

강남역과 신논현역을 잇는 대로변은 이미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의 격전지다. 지난 2016년 7월 SPC가 미국 유명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 1호점을 연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BHC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버거 브랜드 ‘슈퍼두퍼’ 1호점을, 12월에는 파파이스가 국내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1호점의 위치를 강남대로로 선정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버거 브랜드가 강남대로에 자리를 잡는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유동인구다. 사무실·상가·인근 주거지역 등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위성도시들의 인구가 모여드는 교통의 요지다. 인근 학원에서 파생되는 젊은 층이 많은 트렌디한 상권이기도 하다.

강남역 인근은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다. 사진은 슈퍼두퍼 강남역 1호점 매장 전경. 사진 BHC

강남역 인근은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이다. 사진은 슈퍼두퍼 강남역 1호점 매장 전경. 사진 BHC

부동산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종축이 1.1km에 달하는 강남역 상권은 실제 매출과 매장 수가 타 상권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강남역 상권의 월평균 매출은 1700억원 이상이며, 이는 700억원대인 홍대 상권과도 큰 차이다.

실제로 쉐이크쉑 1호점의 매출은 도입 초창기 전 세계 매장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일평균 3000~3500개의 버거가 판매됐으며, 버거를 사기 위한 대기 줄만 300m에 이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수제버거 전문점인 쉐이크쉑은 16일 오전 강남점에서 100호점 오픈을 기념하여 버거 100개를 무료로 나눠줬다.

수제버거 전문점인 쉐이크쉑은 16일 오전 강남점에서 100호점 오픈을 기념하여 버거 100개를 무료로 나눠줬다.

1호점은 광고판, 매장 사이즈도 영향

다른 상권보다 1층 대형 매장의 비율이 높은 것도 강남역 상권 선호 이유 중 하나다. 10차선 대로변에 면해있는 1층 대형 매장은 그 자체로 광고판이 되기 때문이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임차자문팀 이사는 “국내 초대형 상권으로 손꼽히는 강남역과 명동은 임대료도 높지만, 매출도 그만큼 높아 글로벌 브랜드가 선호한다”며 “다만 외국인이 많은 명동에 비해 강남역은 내국인 상권이고, 넓은 면적의 대로변에 면해 있어 도보 고객뿐 아니라 이동하는 고객들에게도 보이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 지난해 12월 문을 연 파파이스 1호점 역시 오픈 당일 대기 고객까지 포함해 약 2000명이 매장을 방문했으며, 매장 오픈 직전 약 500명의 대기 인원이 몰리면서 그 자체로 화제가 됐다. 슈퍼두퍼는 개점일이 평일이었음에도 약 1200명의 손님이 매장을 찾았으며, 첫 주말에는 하루 동안 약 2000개의 버거 메뉴가 판매됐다고 한다.

파파이스 강남역 1호점 오픈 당일 입장 대기 고객들의 모습. 사진 파파이스

파파이스 강남역 1호점 오픈 당일 입장 대기 고객들의 모습. 사진 파파이스

물론 높은 임대료가 걸림돌이다. ‘오바마 버거’로 알려진 미국 버거 브랜드 ‘굿스터프이터리’가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 역시 1호점을 강남대로에 냈지만, 지난해 10월 개점 5개월 만에 철수했다. 업계에선 고환율과 높은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한 때문으로 본다.

한 요식 업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 강남 1호점에 대해 “글로벌 브랜드 1호점은 해당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영향력이 큰 매장이기 때문에 강남이라는 ‘격전지’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려는 것”이라며 “엔데믹으로 상권이 더 활성화된다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