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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성형의 유혹, 고통과 평가의 이중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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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누군가가 성형을 한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 말이 떠오르는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성형을 하고 싶은가? 이 두 가지 질문 사이에서 모순된 답을 하는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성형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자연 미인이 아니라며 무시하거나 본질적이지 않은 곳에 돈을 썼다고 지적하면서도 자신에게 성형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티 나지 않게’ 예뻐지고 잘생겨질 기회를 얻어보고 싶은 마음. 성형은 늘 비난과 선망 한가운데에 있다.

2020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18%가 ‘성형수술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수술보다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여겨지는 시술을 합하면 외모에 손을 대는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의 외모 지상주의와 여성에의 억압으로 설명됐지만, 이러한 분석에서 비어있는 것은 성형을 받는 사람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행복한 북카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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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학 연구자인 임소연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3년 동안 청담동의 성형외과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면서 성형을 받는 이의 몸과 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들여다보고, 이를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2022)로 출간했다.

저자는 성형외과에서 이뤄지는 수술을 참관하고 직접 성형수술을 받기도 했다. 예뻐지고 싶어 받는 수술에 가해지는 비난, 수술 후에도 생각만큼 예뻐지지 않는다는 사실, 회복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나는 살의 고통과 부작용의 우려, 그리고 예쁨이라는 추상적인 기준이 2차원의 사진으로 규정되는 혼란까지 직접 경험한다.

그리고 묻게 된다. ‘예쁨’은 어떻게 규정되는가? ‘예쁘고 볼 일’이라는 말은 살의 고통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지 않은가? 성형은 타인에 대한 쉬운 평가를 허락하는 출입문인가? 성형한 누군가를 바라볼 때 드는 평가의 욕망, 성형하지 않은 누군가를 바라볼 때 드는 점수 매기기의 욕망을 다시금 바라볼 일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