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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한국전 ‘추모의 벽’ 오류 조사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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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설립된 한국전 ‘추모의 벽’.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설립된 한국전 ‘추모의 벽’. [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워싱턴DC에 설치된 한국전쟁 ‘추모의 벽’에서 일부 전사자 이름이 잘못 새겨지는 등 1000여 건의 오류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상·하원 소관 상임위원회는 지난 2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에게 추모의 벽 오류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앞서 지난 1월 한국전쟁 연구자인 할 바커와 테드 바커 형제는 추모의 벽에서 1015개의 철자 오류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또 약 500명 전사자가 명단에서 빠지고 한국전쟁과 관련 없이 사망한 245명의 이름이 들어갔다.

예를 들어 적의 공격을 방어하던 중 전사한 프레데릭 볼드 이글 베어(Bald Eagle Bear) 상병의 이름은 뒤섞여 이글 B F 볼드(Eagle B F Bald)로 새겨졌다. 하와이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군인과, 전쟁 후 60년을 더 산 해병대 참전용사도 전사로 기록됐다. 미 국방부는 “매우 유감스러운 실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당초 미 국방부가 1950년대 사용한 IBM ‘천공 카드 컴퓨터’ 전사자 명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탓에 발생한 일이었다. 입력 가능한 정보 수가 제한된 천공 카드 특성상 전사자 이름이 길거나 복잡한 경우 잘못 입력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국방부는 천공 카드로 기록한 명단을 디지털로 전환했지만, 애초 잘못 입력된 명단은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 추모의 벽은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설립된 기념물이다. 한국전쟁 전사자 4만3808명(미군 3만6634명·카투사 717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미 의회가 2016년 추모의 벽 건립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한국 국회도 건립 지원 촉구 결의를 채택해 모금과 정부 예산 지원 등이 이뤄졌다. 추모의 벽은 건립 예산 2420만 달러 예산 중 2360만 달러(약 300억원)를 한국 정부가 부담해 지난해 7월 제막됐다.

서한에 서명한 의원들은 “이 정도 규모의 오류가 추모의 벽 초기 청사진을 통과해서는 안 됐으며 더군다나 석판에 새겨져 벽으로 완성된 채로 대중에 공개돼서는 안 됐다”며 “이런 오류에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확연한 결함이 어떻게 추모의 벽 완공 이후까지 발견되지 않았는지 책임을 추궁하고자 서한을 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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