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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자재 업계 거목, 문화예술 후원자…박영주 이건그룹 회장 별세

중앙일보

입력

이건(EAGON)그룹의 창업주 박영주 회장이 6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사진 이건그룹

이건(EAGON)그룹의 창업주 박영주 회장이 6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사진 이건그룹

종합 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EAGON)그룹의 창업주 박영주 회장이 6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한국 목재 산업계의 ‘거목’이자 문화예술 후원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41년 부산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광명목재를 거쳐 1973년 광명물산을 창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 대표에 올랐고, 이후 이건그룹 회장에 올라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어왔다.

1980년대 초 컨테이너 바닥용 특수합판을 개발해 연간 1억 달러 이상을 수출했다. 1990년에는 업계 최초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이끌었다. 칠레 합판 생산, 솔로몬 조림 사업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박 회장은 ‘공동체 일원으로서 기업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과 남다른 식견으로 문화예술 후원에 앞장 섰다. 1990년 시작한 이건음악회가 대표적이다. 기업이 단순히 후원하는 게 아니라 직접 기획과 진행까지 하는 예술 행사로, 그동안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해 왔다.

그는 생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예술 활동은 기업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데도 보탬이 된다”며 “기업의 사회공헌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것인데 오늘날 소외된 계층·지역이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예술적 체험·경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인은 기업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메세나협회 회장(2005~2012년)과 현대미술관회 회장(2009~2011년), 예술의전당 이사장(2012~2015년) 등을 지내며 국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2014년 ‘한국메세나인상’과 2015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17년에는 유네스코가 제정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해외에서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2001년 각각 솔로몬군도 정부와 칠레 정부로부터 ‘최고훈장’을 받았다. 2005년에는 독일 몽블랑 문화재단이 문화 경영을 선구적으로 실천해 온 메세나 인사에게 주는 ‘몽블랑 예술후원자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박인자씨와 아들 승준씨, 딸 은정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발인은 오는 8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강화도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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