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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나간 트럼프, 추격 나선 경쟁주자…공화당 대선경선 예열

중앙일보

입력

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내 대선후보 경선의 대진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1·8 중간선거 이후 주춤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인기가 급반등하면서 1강으로 떠올랐고, 반(反)트럼프 진영이 구축돼 이에 맞서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매릴랜드주 옥슨힐의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매릴랜드주 옥슨힐의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더힐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열혈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며 공화당 내 경쟁자들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는 등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가며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출마를 저울질 중인 공화당 잠룡들은 일제히 ‘트럼프 때리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선 제압에 성공했단 평가가 나온다. 미국 보수진영의 최대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마지막 날인 4일 공개된 공화당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6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0%), 기업인 페리 존슨(5%) 등을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렸다.

다만 올해 CPAC는 ‘친(親)트럼프’ 성향이 한층 짙어진 데다 디샌티스 주지사, 펜스 전 부통령 등이 대거 불참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는 예견된 결과였다고 더힐은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압도적 지지율을 바탕으로 ‘1강 구도’로 기세를 올리며 확실한 선두주자의 입지를 다져 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말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3%로, 디샌티스 주지사(28%)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7%)를 상당한 격차로 제쳤다. 비슷한 시기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42%)이 디샌티스 주지사(36%)보다 높았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국가 기밀문서 불법 유출과 탈세 등 각종 의혹으로 연방·주(州)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향후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걸림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CPAC 연설 직전 “기소가 되더라도 경선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정부 시절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며 ‘반트럼프 대오’를 구축 중인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트럼프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한 마이크 폼페이오는 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번 대선에서는 미국을 가장 뛰어난 국가로 만들 사려 깊은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이런 사람은 인터넷을 폄하하지 않고, 햄버거를 던지지도 않으며, 모든 시간을 트위터에 낭비하지도 않는다”고 말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또 “우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5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캘리포니아의 로널드 레이건 도사관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AP=연합뉴스

5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캘리포니아의 로널드 레이건 도사관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AP=연합뉴스

트럼프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도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공화당원들은 나의 예전 러닝메이트(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깎아내렸다. “이 시대는 다른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고, 공화당 경선 유권자들은 미국 역사에 부합하는 기준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잠재적 경선 출마 후보인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봉사에 감사하지만, 그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지난달 대선 도전 출사표를 던지며 “75세 이상 정치인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며 고령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싸잡아 공격했다.

공화당의 유력 주자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 의회 회기가 끝나는 오는 5월께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경선전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 자신의 책 『자유로워질 용기:미국의 부활을 위한 플로리다의 청사진』 홍보에 박차를 가하며 사실상 유세 활동에 돌입했다.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와 결혼해 ‘한국의 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 전 매릴랜드 주지사는 대선 경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반트럼프 진영’ 내 교통정리를 시도했다. 호건 전 주지사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나는 자신의 미래보다 공화당의 미래에 더 신경쓰고 있다”며 “유능한 공화당 후보가 여럿인데, 나까지 경선에 가세하는 건 트럼프에게 어부지리를 안길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화당 경선에 여러 후보가 난립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행을 도울 수 있다는 분석이 꽤 나온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지지하는 케이튼 도슨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의장은 “경선 출마자는 4~5명이 될 것이고, 이런 구도는 트럼프에게 확실히 유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일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열린 '피의 일요일' 58주년 행사에서 군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일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열린 '피의 일요일' 58주년 행사에서 군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5일 바이든 대통령은 1965년 흑인 참정권을 요구하는 민권운동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한 ‘피의 일요일’ 58주년을 맞아 남부 앨라배마주 셀마를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공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투표권과 함께하는 자유라면 무엇이든 가능하지만, 투표권이 없다면 모든 게 불가능하다”면서 “2020년 대선 이후 큰 거짓 선동에 힘입어 투표권에 반하는 법안들이 통과됐다”고 강조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극렬 지지층을 비판한 셈이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은 셀마 방문을 통해 자신을 백악관에 입성시키는 데 도움을 준 흑인들을 챙기고 트럼프까지 공격하는 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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