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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징용해법' 환영한 日…기시다 "역사인식, 역대 입장 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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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6일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을 대신해 국내 재단이 배상하는 방안을 확정·발표하자 일본은 "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관철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 발표에 이어지는 일본의 '호응 조치' 중 하나로 거론됐던 피해자에 대한 사죄 의사 표명은 "역대 (일본) 정권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로 대신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6일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한(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략 환경에 입각해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윤석열 대통령과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면서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일한(한일)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협력해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이번 (한국의 징용 해결책) 발표를 계기로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이달 16∼17일 일본을 방문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리 대신 외상이 공식 입장 발표

당초 한국 정부가 해결 방안을 공식화하면 기시다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한 과거 일본 정부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발표하리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기시다 총리는 국회 질의응답 형식으로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대신 하야시 외상이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는 일본 정부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에선 박진 외교부 장관이 공식 발표를 함에 따라 일본 정부도 발표자를 하야시 외무상으로 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야시 외상이 밝힌 1998년 공동선언에선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당시 총리는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한 바 있다. 하야시 외상은 단 이날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이 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관련 발표에 대한 일본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이 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관련 발표에 대한 일본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다른 호응 조치 중 하나였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 문제는 이날부터 양국이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하야시 외상은 이와 관련 "2019년 7월에 공포한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재검토는 안보 관점에서 수출 관리를 적절히 시행한 것으로 노동자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日 기업 자발적 기부, 특별한 입장 없다" 

일본 정부는 향후 일본 기업들이 재단 기부에 참여하는 데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야시 외상은 "일본 기업의 자발적 한국 재단 기부를 용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단 "이번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일본 기업의 재단에 대한 거출 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로서는 민간인 또는 민간 기업에 의한 국내외의 자발적인 기부 활동 등에 대해선 특별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본 건에 대해서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이미 배상은 끝났다"고 거듭 강조하며 기업들에 배상을 위한 재원 마련에 참여하지 않도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 민간 기업의 재단 기부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겠다는 하야시 외상의 이번 발언을 놓고 일각에선 그간의 입장에서 완화해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날 한국 정부 발표 후 "이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국내 조치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외교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일본의 의사만 관철된 것처럼 보이는 결과는 한국 내에서 더 큰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막지는 않겠다는 뜻을 처음 내비친 만큼, 향후 일본 기업들의 기부 참여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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