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억 들여 유치한 무라카미 다카시전...24시간 습도 조절시설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무라카미좀비전.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무라카미좀비전.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무라카미좀비’ 전시회 기간이 연장된다. 평일에도 전국에서 수천명이 몰리는 등 관심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전시회 연장으로 보다 많은 시민이 전시회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시회 유치와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누수와 결로 등 낡은 시설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회, 35일 더 볼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6일 무라카미 좀비전 기간 연장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전시회 기간을 다음 달 16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전시회는 본래 지난 1월 26일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46일간 진행한 뒤 폐막할 예정이었다. 연장 결정을 통해 전시 기간이 35일 늘어났다.

지난 1월 26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우환과 그 친구들 네 번째 시리즈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전에서 방문객이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6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우환과 그 친구들 네 번째 시리즈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전에서 방문객이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무라카미 다카시는 요괴·도깨비 등 만화적 소재를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이어온 일본의 유명 팝아트 작가다. 피겨(figure)와 회화 등 그의 작품은 200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70억원, 2021년 뉴욕 필립스 경매에서 500만달러(64억8000만원)에 낙찰됐을 정도로 인기다. 그의 작품 전반에 대한 회고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에는 160여점이 전시됐다. 부산시립미술관 측에 따르면 전시 작품 가운데 절반가량은 개인 컬렉터가 구매해 소장하고 있던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이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전시회 기간 전국에서 평일 2000명, 주말 3000명이 몰려 누적 관람객 9만명을 넘어섰다. 매진되는 바람에 일부 관람객이 발길을 돌릴 정도로 인기가 여전하다”며 “관람객과 미술계 요구에 따라 작가 측은 물론 개인 컬렉터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연장 필요성을 알리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연장 기간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BIE(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 부산 방문도 예정(4월 2일~7일)돼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부산시립미술관 측은 전했다.

습도 못 잡고 누수까지… 제2 도시 미술관 민낯

가까스로 기간 연장에 성공했지만 이번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회 유치와 진행 과정에서 제2 도시 시립미술관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이번 전시회를 유치하는 데 들어간 총 사업비는 20억5500만원으로 모두 시민 세금이다.

부산시립미술관 전경.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전경.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1998년 360억원을 들여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에는 작품 보호에 필수적인 온도ㆍ습기 유지 기능이 없다. 게다가 작년 9월 태풍 ‘힌남노’와 ‘난마돌’에 전시장 등 미술관 안팎에서 누수ㆍ결로 문제가 터졌다. 이를 보수하기 위해 수억원대 공사가 진행되며 사업 비용이 크게 늘었다. 보수 공사와 작가 측과 협의가 길어져 애초 6개월로 예정했던 전시회 기간은 46일로 크게 줄었다.

전시회 기간에도 부산시립미술관 측은 전기ㆍ가스요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온ㆍ습도(온도 18~24도ㆍ습도 45~65%)를 맞추려다 보니 미술관 전체 공조시설을 24시간 가동했다. 이 바람에 지난 2개월간 전기ㆍ가스요금으로 1억8300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올해 전기ㆍ가스요금 전체 예산(3억원)의 61%에 달한다.

시설 개선 리노베이션 왜 늦어졌나

부산시립미술관은 조만간 수장고를 제외한 전체 시설 개선을 위한 리노베이션 실시설계 용역에 나선다. 2020년 부산시가 리노베이션을 위해 예산 130억원을 편성한 지 3년 만이다. 시설 개선 공사는 내년 초 시작되며, 2025년 상반기 중 부산시립미술관은 새롭게 개관한다. 전체 예산은 261억원으로 증액됐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부산시립미술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