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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제자와 음반 낸 손무현... “음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더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한양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뮤지션 손무현은 실용음악과 제자들과 함께 프로젝트 음반 '팀손2023'을 발매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 2일 한양여대 캠퍼스에서 만난 뮤지션 손무현은 실용음악과 제자들과 함께 프로젝트 음반 '팀손2023'을 발매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진솔하게 내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생각해보니 음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뮤지션 손무현의 음악창작집단 ‘팀손(Team Sohn)’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달 7일 발매된 '팀손2023'은 그가 동료 및 제자들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 음반이다.
기타리스트, 작곡가, 프로듀서를 거쳐 현재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있기까지 지난 30년 동안 다양한 경험에서 체득한 그의 음악관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개강을 한 지난 2일 한양여대 캠퍼스에서 그를 만났다.

2017년 뇌경색 진단을 받았던 그는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병을 얻고 5년간 재활을 하다 보니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고 입을 뗐다.
이번 앨범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세 곡을 실었다. 제자인 보컬 전공 이지선이 부른 '워너 비 프리(Wanna be free)'는 진한 감성의 R&B에 손무현의 기타 연주가 더해져 시티 팝 분위기를 풍긴다. 작곡 전공 제자 하수안이 참여한 '데이 드림(Day dream)'은 보사노바풍 노래고, 연주곡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엔 손무현의 이채로운 보코더 연주가 담겼다.

제자들과의 작업에 대해 그는 “(제자들은) 사물을 볼 때 훨씬 더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솔직하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제가) 이렇게 불러보라고 했을 때 ‘교수님, 이건 아닌 것 같아요’라는 (직접적인) 반응이 나온 적도 꽤 있다”며 “그 순간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소통이란 점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또 “입시 때부터 봐온 제자들이라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잘 안다”며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던 20대 초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처럼 음악만 아는 친구들이다”라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로 20년차 교수인 손무현은 정년 때까지 제자·동료들과 함께 매년 음반을 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해로 20년차 교수인 손무현은 정년 때까지 제자·동료들과 함께 매년 음반을 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987년 가수 임재범이 결성한 밴드 '외인부대'의 기타리스트로 데뷔한 손무현의 20대는 기타 연주가 전부였다. 그는 “(20대 초반엔) 오로지 기타 연주를 잘하는 것을 지상 최대의 가치로 삼았다”면서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어렵게, 남들이 못 따라 할 연주를 할 수 있을지 음악을 기능적으로만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가수 김완선의 백밴드 ‘실루엣’에서 활동하면서 음악에 대한 시야를 넓혀 갔다. 그는 “제가 추구하던 기능적인 음악과 사람들이 김완선 씨에게 환호하고 박수치는 지점이 너무나 달랐다”면서 “대중의 음악 취향을 알아가고 인정해가면서 나도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의 작곡을 포함해 프로듀서를 맡았던 김완선 5집(1990년)이 크게 성공하며 그는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그 이후) 자꾸 사람들이 저한테 방송에서 틀 수 있는, 히트할 수 있는 ‘4분짜리 음악’만 요구하는 거예요. 김완선 덕분에 지명도를 얻었지만,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란 회의가 들었어요.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음악 행보를 다양화하는 것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죠.”
그가 영화·드라마 음악 감독을 맡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1993년 음악 감독이 된 그가 작업한 ‘아껴둔 사랑을 위해’(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OST)가 큰 사랑을 받은 뒤, ‘주유소 습격사건’(1999), ‘광복절 특사’(2003) 등 영화 음악도 다수 제작했다.

올해로 20년차 교수인 그는 정년까지 매년 음반을 내는 것이 목표다. “감성과 음악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뮤지션들이 너무 많은데 음악판에 아이돌과 트로트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3년 내내 나와 록, 펑크, 재즈를 얘기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트로트의 문을 두드리는 제자들을 보며 가르치는 입장에서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뮤지션으로서) 세월을 거치며 대중음악의 가장 큰 가치는 다양성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제자든 동료든,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진 뮤지션들과 팀을 이뤄서 꾸준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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