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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朴·文 모두 회원, ‘정치 9단’ 총출동…헌정회장 선거 각축전

중앙일보

입력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3·8 전당대회가 한창인 가운데, 여의도 한쪽에선 여야 정치 원로가 한데 뛰어든 또 다른 선거전이 시작됐다.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 4명의 선수(選數)만 도합 16선이다. 전직 국회의원들이 모인 법정단체 대한민국헌정회(이하 헌정회) 차기 회장 선거다.

헌정회는 6일 오전 9시부터 7일 오후 6시까지 제23대 헌정회장 후보 등록을 받는다. 후보자는 이력서와 당적탈당 확인서, 기탁금(1000만원) 입금증서 등을 헌정회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선거는 오는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현장 투표로 치러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헌정회 임원 초청 오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헌정회 임원 초청 오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헌정회는 1968년 국회의원 동우회로 창립된 뒤 1991년 제정된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에 따라 법정 단체가 된 국회법인이다. 한 번이라도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은 모두 회원이다. 전직 국회의장은 물론, 이명박ㆍ박근혜ㆍ문재인 등 모든 전직 대통령까지 회원으로 둔 단체라는 점에서 헌정회장은 가볍지 않은 자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헌정회 임원들을 초청했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도 지난 1월 31일 헌정회 자유헌정포럼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헌정회장은 매년 제헌절 행사 기념사도 맡는다.

후보등록 이전부터 후보자 면면은 이미 알려졌다. 현직 헌정회장인 5선 김일윤(12ㆍ13ㆍ15ㆍ16ㆍ18대) 후보,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지낸 동교동계 5선 정대철(9ㆍ10ㆍ13ㆍ14ㆍ16대) 후보, 3선의 장경우(11ㆍ13ㆍ14대)ㆍ김동주(12ㆍ13ㆍ15대) 후보 등 4명의 출마가 유력하다. 이들은 일찌감치 여의도 등지에 선거캠프 사무실을 꾸려놓고 헌정회원 1100여명을 상대로 선거전에 돌입했다.

김동주 후보가 대한민국헌정회 회원들에게 보낸 출마선언문 서신. 김동주 후보

김동주 후보가 대한민국헌정회 회원들에게 보낸 출마선언문 서신. 김동주 후보

매일 회원들에게 전화ㆍ문자메시지ㆍ편지 등을 돌리는 건 전당대회와 다르지 않다. 장경우 후보는 “유권자들과 하루 50통가량 전화하는데, 그중 10% 남짓을 제외하면 모두 내게 지지를 보내준다”고 전했다. 정대철 후보는 이미 모든 헌정회원과 통화를 마쳤고, 정치권 원로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홍보 영상까지 배포했다. 정 후보 참모가 “현직일 때 선거운동을 이만큼 했으면 대통령까지 하고도 남았겠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특정 후보가 전직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했다는 소문도 돈다. 유일한 야권 출신인 정대철 후보 측에선 “통상 500~550명이 투표에 참여하는데, 이미 절반 정도가 정 후보 지지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권 출신인 김일윤ㆍ장경우ㆍ김동주 후보 측에선 그간 탄탄하게 다져놓은 조직세를 자신하고 있다. 김일윤 후보가 현직 메리트를 누리고 있다면, 김동주 후보와 장 후보는 각각 부산ㆍ울산ㆍ경남(PK), 경기고-고려대 등 뚜렷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장투표 방식의 헌정회장 선거 특성상 후보자 연설 전 예측은 무의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 9단’의 경쟁답게 등록 기간 중인 이날도 특정 후보들은 단일화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으로 회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현직 헌정회장인 김일윤 후보는 연임의 안정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김일윤 후보 측은 “국회의원 연금법 제정, 헌정회관 신축 등 지난 2년 추진했던 사업을 꾸준하게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경우 후보는 21대 헌정회 부회장을 지냈던 경험을 살려 회원 맞춤형 공약을 들고 나왔다. 그는 “헌정회가 현직으로의 재기를 노리는 회원, 경제적 곤궁에 처한 회원 모두를 도울 수 있는 단체가 돼야 한다”며 “기업과 법조계를 동원한 다양한 사업화로 회원에게 도움되는 헌정회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대철 후보는 헌정회의 체급을 키우겠단 공약을 들고 나왔다. 정 후보 측은 “헌정회가 완전히 환골탈태해 사실상의 국가원로회의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정치 원로들이 대통령과 여야 모두에게 충고해 지금의 극한 대립 정치를 상생의 정치로 바꿔놓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후보는 공약 공개를 꺼렸다. 그는 “다른 후보들이 베끼지 못하도록 후보자 등록 마감 뒤 제 공약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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