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와 가장 가까운 동맹, 한·일 획기적 새장 열었다"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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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6일 공식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그간 미국이 대(對)중국 전선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한·일 관계 개선을 두고 "지지한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을 통해 한·일 양국 발표에 대한 대통령 명의의 성명을 내고 "오늘 한국과 일본의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 간의 협력과 파트너십의 획기적인(Groundbreaking) 새 장을 열었다"며 환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역사적인 외교장관 담화를 통해 양국 국민에 더 안전하고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중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발표된 해법안이 실행될 경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우리의 공동 비전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히 구축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한·일 양국이 이 조치를 지속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할 때 한·미·일 3개국은 더 강해지고, 세계는 더 안전하고 번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별도 성명을 내고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 역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이라고 강조하며 "양국 정부의 용기와 비전에 찬사를 보내며, 국제사회도 이 기념비적 성취에 대한 우리의 찬사에 동참하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또한 "한·일 양국이 발표한 양국 관계의 역사적인 진전을 환영한다"고 별도 성명을 발표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양국 간 고통스러운 시기의 역사를 해결하기로 한 이번 합의는 한·일 간 신뢰와 화해를 증진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최우방 동맹인 양국과 더욱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역내 그리고 전 세계에서 평화를 증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해법안이 발표되자마자 미국 정부가 즉각 환영의 뜻을 내놓은 데 대해선 대중국 견제 전선 강화에 한·일 관계 개선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 맞서는 전선을 구축하는 데 애쓰고 있는 바이든 입장에선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동맹국들과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한 미국 정부에 껄끄러운 한·일 관계는 항상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환영의 뜻을 밝힌 만큼 미국 정부가 한·미·일 공조에 더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는 한·일 양국이 앞으로 군사정보 공유 등에서 더 협력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들 매체는 한국 내 반발이 계속되고 있단 점도 짚었다. AP통신은 "한국 정부의 발표는 일본 기업의 직접적인 보상과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이번 제안은 일본 측의 환영을 받았지만 한국에선 정부가 일본에 굴복했다고 비난하는 일부 희생자와 야권의 즉각적 반발에 직면했다"며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부끄러운 날' '굴욕 외교'라는 날 선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일본이 어떻게 화답을 하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벤저민 엥겔 연구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의 관건은) 일본이 이제 무엇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일본이 일종의 사과를 내놓고 두 일본 (전범)기업들도 피해 회복을 위해 기부금을 내는 성의를 보여야 한국 국민들이 이러한 갈등 해소 방안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