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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공항 본격 추진된다…환경부 전략환경평가 ‘조건부 동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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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계류장에서 항공기가 이동하는 모습.[뉴스1]

제주공항 계류장에서 항공기가 이동하는 모습.[뉴스1]

제주 제2공항 사업이 첫 번째 관문인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사실상 통과했다. 국토부가 2015년 11월 제주에 두 번째 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한 지 8년 만이다. 제주 2공항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도지사 시절(2014~2018)부터 밀어온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6일 환경부는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국토부에 통보했다. 몇 가지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업을 사실상 허가한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제주국제공항이 포화 상태인 데다 악천후로 결항이 잦아 제2공항이 필요하다며 사업을 추진해왔다.

환경부가 조건부 협의 의견을 통보함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이후 절차를 밟기 위해 제주도와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 제공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방지 대책과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 ▶항공소음 대책 ▶법정 보호생물 보호 ▶숨골(물이 지하로 빠르게 유입되는 지질구조 입구) 영향 정밀 조사 등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 약 5.5㎢ 부지에 3.2㎞ 길이의 활주로 1개를 건설해 포화 상태인 제주국제공항의 여객을 분산한다는 국토부 추진 사업이다. 예상 사업비는 6조6674억원이다.

국토부, ‘3수’ 끝 환경부 문턱 넘었지만…

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인근 모습. [뉴시스]

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인근 모습. [뉴시스]

국토부는 지난 2019년 9월 처음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이후 세 번의 도전 끝에 환경부의 문턱을 넘게 됐다. 당시 환경부는 조류 보호 방안 등 문제점을 들어 수차례 보완을 요구했다. 국토교통부는 1차 보완, 재보완을 거쳤지만 2021년에는 환경부로부터 '반려 통보'를 받았다. 이후 국토부는 연구 용역을 거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작성해 지난 1월 환경부에 제출했고 이번에 처음으로 환경부의 관문을 통과했다.

가까스로 첫 관문은 통과했지만, 실제 첫 삽을 뜨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환경부도 지적했듯이 제2 공항 부지 인근의 조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 다수가 인근에서 발견돼 이들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하는 데다 항공기와 추돌 사고도 방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항공기 안전과도 직결된다. 새 떼가 항공기의 엔진에 빨려들어가 엔진 고장을 유발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자칫하면 항공기 추락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해안에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1급인 저어새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3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해안에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1급인 저어새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다양한 이착륙 방향을 설정한 소음 예측 자료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환경 단체들은 소음 문제에 대해 평가 과정에서 주민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 밖에도 법정 보호종인 맹꽁이·숙주종의 서식지에 미칠 영향과 인근 해역에 사는 남방큰돌고래가 소음으로부터 받을 영향에 대한 조사도 추가로 진행돼야 한다.

도내에서도 찬반 엇갈려…제주지사 “도민 배제 유감”

오영훈 제주지사가 6일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그 어떠한 정보 제공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며 환경부에 매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영훈 제주지사가 6일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그 어떠한 정보 제공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며 환경부에 매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 결정에 대해 도내에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반대 측 시민 단체인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은 “국토부가 2년 전보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어떻게 보완했는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2년 전 환경부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성산 후보지는 공항 건설의 입지로 환경적 타당성이 없고, 공항을 추진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찬성 측인 ‘제주 제2공항 건설촉구 범도민연대와 성산청년 희망포럼’은 성명에서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를 많은 주민이 적극 환영한다”며 “적극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제2공항 건설이 신속하게 추진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개최도 없었고 도와 도민에게 어떠한 정보 제공이나 협의 없이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며 환경부의 협의 진행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오 지사는 이날 제주도청에서 “협의 진행 과정에서 주체인 제주와 도민이 철저히 배제됐다”며 “도지사로서 매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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