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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명 숨진 그리스 열차 사고…"역장 무기징역 선고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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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 충돌사고로 57명이 숨진 그리스에서 지역 역장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사고 직후인 지난 1일 현장을 방문한 모습. AP=연합뉴스

열차 충돌사고로 57명이 숨진 그리스에서 지역 역장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사고 직후인 지난 1일 현장을 방문한 모습. AP=연합뉴스

열차 충돌사고로 57명이 숨진 그리스에서 지역 역장이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번 사고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국민들 앞에 사과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그리스 사법 당국은 사고의 핵심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 지목된 라리사역의 역장 A씨(59)에게 과실치사, 상해, 교통안전 위협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이날 약 7시간 30분 동안 사고에 대한 증언을 한 후 구금 명령을 받았다. A씨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열차를 같은 선로로 운행하도록 지시한 당사자로 지난 1일 체포됐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로 최소 1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그리스 북부 템페 시 선로 위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꽃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그리스 북부 템페 시 선로 위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꽃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A씨 변호인은 "그(역장)는 사고 당시 20분간 그리스 중부 전역의 열차 안전을 담당했다.라리사역에 2명 이상의 역장이 배치됐어야 하는 것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며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그리스 현지 매체도 사고 지역의 자동 신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역장의 실수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리스 주요 간선을 따라 근무하는 역장들은 송수신 신호기를 통해 타지역 역장 및 기관사와 통신하는데, 이는 수동으로 조작된다. 현지 경찰은 노후화된 철도 시스템을 이번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열차 자동 신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스 북부 템페 시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정 직전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AP=연합뉴스

그리스 북부 템페 시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정 직전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AP=연합뉴스

이를 관리해야 하는 그리스 국영 철도 회사 헬레닉 트레인은 방만 경영으로 수십억 유로의 부채를 지며 유지 보수 작업들이 연기되는 등 고질적인 관리 부실에 시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지역 신호 시스템의 경우 지난 6년간 오작동을 반복했으나, 수리되지 않고 방치됐다는 그리스 철도노조의 주장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8일 자정 직전 350명을 싣고 수도 아테네에서 그리스 제2도시 북부 테살로니키로 가던 여객열차가 마주 오던 화물 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여객 열차의 기관부를 포함한 1·2호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고, 3호차는 탈선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정부와 철도회사에 사고 책임을 묻는 대규모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은 5일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정부와 철도회사에 사고 책임을 묻는 대규모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사진은 5일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리스에선 정부와 철도 회사가 노후한 철도 시스템을 방치해 참사를 초래했다는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대규모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주말인 5일 아테네 의회 앞에서 경찰 추산 1만2000명의 시위대가 모여 희생자를 애도하고 철도망 안전 기준 강화를 촉구했다. 이들 일부는 "살인정부 타도" "정책이 사람을 죽였다" 등의 팻말을 들고 화염병 등을 던지면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경찰이 최루탄 등으로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경찰관 7명이 다치고 5명이 체포됐다. 테살로니키에서도 3000여 명이 참석한 시위가 두 차례 열렸다. 사고 희생자들 대부분이 20대 대학생들이었기에 그리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에서도 대거 시위가 일어났다.

여론이 악화하자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이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총리로서 특히 희생자 유족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교통장관은 사고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야당은 총리가 이번 사고에서 국가 책임을 최소화하고 역장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사고 규탄 시위에 참석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사고 규탄 시위에 참석한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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