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지난 1월 11일 전북교육청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2023 전북 교육 10대 핵심 과제'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전북교육청, 교육인권조례 입법예고
전국 곳곳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북교육청이 학생과 교사 인권을 두루 보호하는 조례 제정에 나섰다.
전북교육청은 6일 "전국 최초로 모든 교육 주체 인권을 보호하는 '전북도교육청 교육 인권 증진 기본 조례안(이하 전북교육인권조례)'을 지난달 20일 입법 예고했다"며 "오는 12일까지 의견을 모은 뒤 다음 달 전북도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생 인권 보호에 국한된 학생인권조례를 손질해 교사·교직원·학부모까지 인권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게 이 조례 취지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조례안은 학교 구성원 인권을 보호하는 법적 기반과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전담 기구(전북교육인권센터)를 두고 상담과 구제 신청, 조사 업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전북대 총장을 지낸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지난해 6월 당선 이후 "교권이 흔들리면 학교가 흔들린다"며 "학생 인권과 교직원 인권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하겠다"며 전북교육인권조례를 만들어 왔다.

지난달 20일 서울특별시 제31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린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인권조례 존폐 논란
반면 학생인권조례는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 경기를 시작으로 광주·서울·전북·충남·제주 등 6개 교육청에서 만들었다. 체벌 금지와 복장·두발 자유화를 비롯해 학생 자치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2년 1월 공포된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별·종교·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보수·종교단체 등은 "동성애와 성전환을 조장한다"며 반발해 왔다.
전북에선 3선을 지낸 김승환 전 교육감 때인 2014년 8월부터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됐다. 이후 전북교육청 안팎에선 "학생 인권만 부각돼 교권이 과도하게 제한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2021년 1월~2022년 9월 교권보호위원회에 상정된 도내 교권 침해 사례는 모두 166건이다. 모욕·명예훼손 82건, 상해·폭행 25건, 성범죄 22건, 협박 4건 등이다. 이에 전북교사노조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지난해 5월 익산 한 초등학교에 강제 전학 온 5학년 학생이 동급생을 때린 뒤 이를 말리는 A교사에게 "선생이라 때리지도 못할 거면서 기강 잡고 XX이야"라고 폭언해 논란이 일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 등은 "전북교육인권조례가 생기면 학생인권조례는 껍데기만 남고 학생 인권은 축소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서울학생인권조례폐지범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충남·경기 폐지·축소 추진
충남학생인권조례도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8월 주민 발의로 폐지를 요구하는 조례안이 충남도의회에 청구되면서다. "학생인권조례가 담배·술·음란물 지도를 곤란하게 하고, 동성애뿐 아니라 교사·부모 고발과 학력 저하를 조장한다"는 게 청구 사유다. 비슷한 시기 충남 모 중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교단에 누워 수업 중인 여교사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조례 폐지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시의회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 중이다.

'나쁜 학생인권조례 제정반대 경남도민 연합'이 2019년 5월 14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교육청도 임태희 교육감 취임 이후 학생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할 방침이다. 이에 청소년 인권단체 등은 "교육감 개인 성향으로 수십만 학생 인권이 좌우되지 않도록 학생 인권 최소 기준과 구제 절차를 정하는 학생인권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